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 못하는 아이

조회 3787 | 2014-05-1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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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하늘은 어떤 색깔로 칠할까요?”
밥을 먹거나 책을 보고 옷을 입을 때 부모에게 “뭘 먹을까요?” “이거 봐도 돼요?”라고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다. 먹고 싶은 음식과 같은 자기 욕구에 대한 아주 사소한 일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부모의 말대로 하려는 게 착하다거나 말 잘 듣는 아이라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렇듯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는 스스로 결정하는 독립심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

“엄마 오늘은 어떤 그림책을 볼까요?” “하늘은 어떤 색깔로 칠하는 게 예쁠까요?”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있다. 단순히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뒤에는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의존적 성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는 모든 문제를 혼자 판단할 사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연령에 따라 자신의 욕구나 원하는 바를 제시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을 조정해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매우 중요하다. 하루하루 생활하는 것은 의사 결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다.

혼자 결정하지 못하는 아이, 또래 관계 맺기도 어려워
아이들은 사고하는 능력이 완전히 발달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에 부딪히면 혼자 선택하거나 판단하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어느 정도는 부모에게 의존하게 마련이다. 이때 아이의 의사 결정 능력에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이 스스로 얼마만큼 불편함을 느끼느냐’ 하는 주관적인 불편감을 기준으로 삼는다.
의사 결정을 혼자 하지 못하는 아이는 특히 부모와 떨어져 혼자 있을 때 무능력한 상태에 놓여 있기 쉽다. 엄마와 함께 있는 집에서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놀이방이나 유치원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중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면 또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연세대학교 아동가족상담센터 김태은 상담위원은 “자기주장이나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아이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가 힘들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이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결정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하죠. 적어도 밥을 먹을지, 빵을 먹을지나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와 같은 자신의 욕구나 의견에 대한 부분에서는 스스로 결정할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는 아이는 무엇을 하고 놀 건지,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결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게임이나 놀이를 하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만 원활하게 진행이 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끼워주지 않기도 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이면에는 의존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거나 힘들어하고 단체 생활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아이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세요
아이가 사사건건 엄마에게 물어보거나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 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이의 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아이들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연령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아이가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된 이후부터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아이가 로봇을 살까, 곰 인형을 살까 고민할 때, 엄마가 “로봇은 집에 있으니까 사지 마” 하고 결정을 내려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아이의 판단력을 기르는 기회는 뺏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빠르게 해결해버리는 것은 아이의 의사 결정 능력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태은 상담위원은 “부모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잘 살아가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충분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죠. 내성적인 성격이라 결정내리는 데 오래 걸린다거나, 형제 여럿이 어떤 문제를 토론하느라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부모가 중간에서 결정을 내려주는 것은 금합니다. 아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때까지 옆에서 질문을 통해 생각을 이끌어주며 기다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유치원에 가는 아이가 겨울에 뽀로로 슬리퍼를 신고 간다고 할 때 엄마는 보통 “안 돼”라고 말하고 다른 신발을 신겨서 얼른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유치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럴 때 는 왜 그 슬리퍼를 신고 나가려고 하는지를 아이가 이야기하도록 한 뒤, 지금 날씨에는 슬리퍼를 신고 나가면 춥다는 것을 이야기해주며 아이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결정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하루 정도는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스스로 판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유치원 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엄마가 강제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갉아먹는 일이다. 아무리 오래 걸려도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의사 결정 능력을 길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이 의사 결정 능력을 쑥쑥 자라게 하는 노하우
★항상 브레인스토밍을 한다_ 어떤 판단에 정답은 없다. 그러므로 그 상황이나 여건 안에서 최선의 결론이나 판단을 끌어낼 수 있도록 아이가 다양하게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의 판단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말하는 ‘브레인스토밍’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어떤 문제를 결정할 때 아무 제한 없이 떠오르는 대로 의견을 말하도록 한다. “이럴 때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라고 물은 뒤,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하고 싶다고 대답한다면 “그래? 그렇게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을까? 또 나쁜 점이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더 다양한 생각을 끌어내는 것이다. 아이가 그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고 말하도록 한 뒤에 결정을 내리면 엄마는 “그래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자. 단, 이 결정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도록 하는 거야”라고 말해준다. 만약 아이가 노란색 모자를 선택 했다면 “그래 이 모자를 사도록 하자. 그런데 다음 달까지는 모자를 살 수 없어. 그래도 이 모자를 사도 괜찮겠어?”라고 아이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한두 번 한다고 해서 아이의 판단 능력이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대안 중에서 결정을 하는 브레인스토밍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의사 결정하는 능력의 기초가 닦인다. 스스로 선택하는 힘과 원칙을 세우면 그 후에는 시간이 점점 짧아진다. 그러므로 이런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험하거나 규칙에 어긋난 결정은 제한한다_ 아이의 의사 결정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정해 선택하게 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때 엄마는 아이가 내린 결정이 아이를 위험해 처하게 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규칙에 위반된다면 그것은 규제해야 한다. 어떤 판단을 내릴 때는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데, 아이는 그런 판단이 잘되지 않으므로 부모가 경계를 지어줄 필요가 있다.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것,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는 일,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결정 등 이런 몇 가지만 제한하고 그 외에는 아이가 선택하게 한다. 아이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는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라거나 “교통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닐까?”라고 물어보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결정을 수정하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경험하게 한다_ 아이가 끝까지 자기 고집을 부리다 결정한 일로 실패하는 경험을 하면 그것만큼 큰 공부도 없다. 물론 아이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에도 지켜볼 수 있는 것은 아이의 안전에 해가 되지 않거나, 위험하거나 나쁘지 않은 판단일 경우에 한해서다.
아이가 놀이방에 책을 가득 넣은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려고 할 때,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 이때 아이가 자기 뜻대로 가방을 메고 놀이방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힘들다는 것을 느낀다면 그 이후에는 배낭을 놔두고 가거나 꼭 필요한 물건만 넣으려 할 것이다. 이렇듯 아이가 위험하거나 규칙에 어긋난 일이 아닌 것으로 고집을 부릴 때는 뜻대로 하게 해주고 그 결과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도 좋다.
이때 부모가 생각하는 규칙이 편견에 의한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밥을 먹으면서 주스를 먹으려고 할 때, 엄마가 생각하기에는 밥을 먹을 때는 물을 먹고 후식으로 주스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금지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 주스를 먹는 것은 건강에 해가 되거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므로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 부모의 편견을 세상의 이치로 여겨 아이의 행동을 제한하지 않도록 하자. 남자 아이가 핑크색 모자를 쓰려 한다거나 머리를 묶어달라고 한다고 해도 그것은 위험하거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므로 아이의 결정대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네가 원하는 건 뭔대?’라는 질문을 항상 한다_ 아이가 어떤 결정에 대해 고민을 할 때 부모는 항상 “네가 원하는 건 뭐야?” “어떤 게 더 좋아 보여?”라는 질문을 해보자. 이런 질문을 입에 달고 살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나 마음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자기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 알면, 왜 그게 좋아 보이는지 생각하게 되어 논리적인 능력도 길러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다보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함께 자란다.
결정은 한 가지를 하도록 한다_ 여러 가지 선택 사항을 두고 아이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부분을 살펴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도 둘 다 문제가 없을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갈등을 하기가 쉬운데, 두 가지를 두고 갈등한다고 해도 결정을 내려주는 것은 아이를 우유부단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아이가 한 가지를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둘 다 선택하고 싶어 해도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해야 아이의 선택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다.

Tip_ 배려와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것은 다르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놀 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아이들의 뜻에 따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착한 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배려와 의존성으로 인해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만큼 다른 아이들의 욕구도 존중해 자신이 너무 희생하지 않는 선에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면서 양보하고 상대의 의견에 따른다면 그것은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배려라는 것은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면서도 계속 양보한다면 의존성이 강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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