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방, 어린이집, 유치원… 보낼까 말까?
아이가 세 돌이 지나면 부모는 어느 정도 ‘육아’가 끝났다고 한숨을 돌린다. 아이가 대소변도 가리고, 말로 의사 표현도 하니 막 태어났을 때를 떠올리면 ‘언제 이만큼 컸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데 끝은 없는 법. 이때부터 슬슬 ‘교육’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어디 한번 보육시설에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하나 둘씩 정보를 모아보지만, 과연 이 시기에 보내도 좋은 건지, 좀 더 기다렸다가 보내야 하는 건지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아이를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위한 목적이 많다. 실제로 세 살 정도가 되면 신체와 정서가 발달해 혼자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감정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기술이 발달한다. 따라서 아이가 사회 경험을 익히고, 세상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는 데 보육시설은 많은 도움이 된다. 솔빛아동발달센터 이윤경 소장은 “사회성 발달 면에서 유아기는 스스로 바깥세상을 탐험하는 시기로, 또래나 가족 이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가치관과 규범을 습득합니다. 2세 이전에는 혼자 놀지만 3, 4세가 되면 부모의 품을 잠시 떠나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사회화가 이루어지며 여러 가지 친사회적 기술을 습득합니다. 따라서 특별히 신체적인 문제나 분리불안의 문제를 비롯한 정서적 문제가 없다면 유아교육기관에서 즐겁게 사회 경험을 하는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하듯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아이의 준비 정도. 아이가 집 밖이라는 낮선 환경에서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부득이하게 아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기관에 보내려 한다면 아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내려는 교육기관이 내 아이의 성향과 발달 단계에 맞는지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만약 세 살 이전에 직장 문제 등으로 아이를 맡겨야 할 경우에는 단체 보육시설에 맡기기보다는 베이비시터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일대일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때 대리 양육자를 바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양육자에게 정을 붙이자마자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애착 형성이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리 양육을 해줄 사람이 없다면 놀이방과 어린이집이 적당한데, 이곳은 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보살핌이 필요한 0세부터 보낼 수 있다.
■ 보육시설 선택하기 전 살펴봐야 할 것들
01.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인지 확인해본다
아무리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 있고 항상 입소 대기자들이 몰리는 보육시설이라도 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들어진다. 이를 위해 집에서부터 어린이집까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걸어가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 출근할 때 데려다주고 퇴근하며 데려오기 편한 곳이어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좋다. 아이들의 귀가 후 또래 관계와 놀이가 연장될 수 있고 이웃 학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02. 위생적이고 안전해야 한다
아이가 하루 종일 지낼 공간이므로 보육시설의 환경이 청결하고 위생적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 특히 아이는 조금만 더러움을 타도 병균에 쉽게 감염되므로 실내 환경이 깨끗한지, 안전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모서리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했는지, 계단의 경사와 높이 등), 통풍과 채광이 잘되는지, 화장실과 주방은 청결한지 확인한다. 이 밖에 교사와 영유아가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 기저귀 교체 후에 반드시 손을 씻는지 등의 위생 관리도 놓치지 않고 체크한다.
03. 교사와 아동의 적정 비율을 지키는지 확인한다
교사 한 명당 맡는 아이의 수가 너무 많으면 교사가 아이의 개별성을 인정하며 아이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아동과 교사의 비율이 규정에 따라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사 대 아이의 비율은 교사 한 명당 12개월 이하 아이는 3명, 생후 12~24개월까지는 5명, 24~36개월은 7명, 36~48개월은 15명, 48개월~취학 전 아동은 20명이다.
04. 교사의 자질을 살핀다
영유아는 성장과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니만큼 영유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연령에 맞는 교육과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탁아 시간이 길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적 측면을 고루 살펴야 한다. 또 보육에 큰 비중을 두는 시설이므로 선생님과의 유대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전인교육을 하는 것이 좋은데, 전인교육은 아이를 제대로 보호해주면서 재미를 주고, 또래와의 어울림 속에서 규칙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는 놀이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우므로 아이를 잘 놀게 해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선생님인지 여부도 살펴본다.
05. 건물과 외부 환경이 안전한지 확인한다
보육시설 건물과 외부 환경의 조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내외 놀이터가 영유아의 나이에 적합하고 안전 기준에 맞는 시설인지 살펴보고, 방문자 보안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체크한다. 이 밖에 안전과 관련해 교육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지, 상해·화재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육시설에서는 아동 개인의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기록을 관리하도록 돼 있으므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기록을 보여달라고 하고, 아이들이 다쳤을 때 어느 병원으로 보내는지 등 응급 시스템도 자세히 알아본다.
06. 보육 프로그램을 살핀다
처음 보육시설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과제물을 둘러보고 하루 일과표를 살펴본다. 계절에 맞게 작품이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지, 수업과 자유 놀이, 낮잠 시간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지, 실외 활동은 어디로 얼마나 자주 나가는지 살펴본다. 또 교실의 교구나 장난감이 다양한 영역별로 준비되었는지도 알아본다.
07. 식단과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한 번 먹을 때마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식단은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함유 식품이 균형을 이루고, 영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적절하고 다양한 형태로 조리되어 제공해야 한다. 입소 전에 방문해 아이들이 먹고 있는 식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급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반드시 식단을 확인한다. 수유를 하는 영아를 위해서는 우유(분유 제외)를 항상 냉장고에 보관하며, 젖병을 매일 소독해 청결하게 유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 보육시설 옮기기, 장점 vs 단점
부모가 보육시설을 옮기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무엇보다 크다. 특히 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학습을 강조하는 교육기관에 관심이 가게 마련. 보호와 교육이 같이 이루어지는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 교육 중심의 유치원,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아이가 환경이 바뀌는 것으로 인해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고민도 된다.
서울시청직장어린이집 허미란 원장은 “보육시설을 옮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 보육시설을 옮기지 않고 오래 보낼 경우 아이가 보육시설의 모든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오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교사 또한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을 능숙하게 할 수 있지요. 반면 한 곳에 오래 다니면 커리큘럼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해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이라면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기 힘들기 때문에 이럴 경우 보육시설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보육시설을 옮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부모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더 나은 환경으로 이전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과 다양한 또래 경험, 기관별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장점 등을 통해 얻는 교육적 효과를 꼽을 수 있다. 반면 단점은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정서적인 혼란이 대표적이다. 환경이 바뀌는 것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우며, 특히 갈등이 생길 경우 이전에 다니던 곳을 그리워하는 것이 가장 흔한 예이다.
■ 시설을 옮길 때는 아이의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다니던 보육시설을 옮길 때는 아이가 낮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가 쉬우므로 아이의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윤경 소장은 “아무리 좋은 환경과 자극이 주어진다고 해도 보육기관을 이전할 때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감, 새롭게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자녀가 현재 다니는 기관에 처음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거나 현 보육기관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면 옮기는 것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또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기관이나 보육 교사가 자주 교체되는 일은 아이의 정서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켜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첫 기관을 선정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하고 이후에는 자주 옮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아이가 다니는 보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무조건 보육기관을 바꾸기보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고 가기 싫어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처음 가는 낯선 보육기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무 설명 없이 아이를 기관에 보내거나, 아이가 울어도 몰래 놓고 가버리거나 야단치며 억지로 분리시킨 행위는 초기 적응 과정을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불규칙한 등·하원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고 또래들과 상호작용의 기회가 적어 소외감을 느끼거나, 혼자 늦게까지 남아 외로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부모는 기관을 옮기기보다 교사와 의사소통을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기관과 교사를 신뢰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보육기관별 차이점 비교 분석
<놀이방>
보육 위주의 탁아기관으로 가정집에서 사설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학습보다는 사회성이나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로 0~5세의 아이들이 많다. 규모가 작고 가정집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집과 같은 편안한 환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다. 맞벌이 부모가 많이 이용하는데, 놀이방에 따라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24시간 반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의 기능과 교육의 기능을 함께 하는 곳이다. 원래는 맞벌이 부모를 위한 보육기관이었으나 기능이 강화되면서 전업주부의 아이도 많이 찾고 있다. 놀이 중심의 활동과 학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공립 어린이집,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어린이집, 부모가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이 있다.
<놀이학교>
창의적인 교육으로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기관. 좋아하는 놀이를 각종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늘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쉽다. 미술, 체육, 음악, 요리 등 특성을 잘 살려 만든 프로그램을 즐겁게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장점이 있으나 영어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유아교육기관에 비해 수업료가 비싼 곳이 많다.
<유아 체능단>
보육보다는 교육의 비중이 큰 곳으로 인지 교육보다는 아이의 고른 신체 발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일과 중 운동 시간이 매일 1~2시간씩 고정 편성돼 있지만 그 외의 수업을 운영하는 방법은 기관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구민체육센터나 YMCA, 사설 스포츠센터 등에서 운영하는데, 아이가 몸을 움직이며 놀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유치원>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의 초등학교 이전의 학교시설로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에 따르고 교육청의 장학 지도를 받는다. 만 세 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이 대상. 사회성과 인성 교육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곳으로 주로 취학을 앞둔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 교육청에 등록된 유치원인 경우 관인이란 말이 붙는데, 관인 유치원 중에서도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 정부 지원을 받는 공립 유치원, 대학에서 운영하는 대학 부속 유치원 등이 있다.
<영어유치원>
정확하게 영어학원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아이가 영어로 일상을 접하고 영어로 소통할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 ‘놀이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영어유치원에 따라 놀이와 학습이 함께 진행되는 곳도 많다. 영어교육과 보육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원어민 교사를 통한 영어교육과 유아교육을 전공한 한국인 교사의 교육 비중이 비슷한 곳이 좋다.
아이가 세 돌이 지나면 부모는 어느 정도 ‘육아’가 끝났다고 한숨을 돌린다. 아이가 대소변도 가리고, 말로 의사 표현도 하니 막 태어났을 때를 떠올리면 ‘언제 이만큼 컸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 키우는 데 끝은 없는 법. 이때부터 슬슬 ‘교육’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중에서도 ‘어디 한번 보육시설에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하나 둘씩 정보를 모아보지만, 과연 이 시기에 보내도 좋은 건지, 좀 더 기다렸다가 보내야 하는 건지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아이를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 보낼 때는 아이의 사회성 발달을 위한 목적이 많다. 실제로 세 살 정도가 되면 신체와 정서가 발달해 혼자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감정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기술이 발달한다. 따라서 아이가 사회 경험을 익히고, 세상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는 데 보육시설은 많은 도움이 된다. 솔빛아동발달센터 이윤경 소장은 “사회성 발달 면에서 유아기는 스스로 바깥세상을 탐험하는 시기로, 또래나 가족 이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의 가치관과 규범을 습득합니다. 2세 이전에는 혼자 놀지만 3, 4세가 되면 부모의 품을 잠시 떠나 또래와의 놀이를 통해 사회화가 이루어지며 여러 가지 친사회적 기술을 습득합니다. 따라서 특별히 신체적인 문제나 분리불안의 문제를 비롯한 정서적 문제가 없다면 유아교육기관에서 즐겁게 사회 경험을 하는 것도 아이 입장에서는 신나는 일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하듯 아이가 기관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때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이 아이의 준비 정도. 아이가 집 밖이라는 낮선 환경에서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부득이하게 아이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기관에 보내려 한다면 아이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보내려는 교육기관이 내 아이의 성향과 발달 단계에 맞는지 여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만약 세 살 이전에 직장 문제 등으로 아이를 맡겨야 할 경우에는 단체 보육시설에 맡기기보다는 베이비시터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일대일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이때 대리 양육자를 바꾸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양육자에게 정을 붙이자마자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애착 형성이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리 양육을 해줄 사람이 없다면 놀이방과 어린이집이 적당한데, 이곳은 보육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보살핌이 필요한 0세부터 보낼 수 있다.
■ 보육시설 선택하기 전 살펴봐야 할 것들
01.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곳인지 확인해본다
아무리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소문이 나 있고 항상 입소 대기자들이 몰리는 보육시설이라도 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엄마와 아이 모두 힘들어진다. 이를 위해 집에서부터 어린이집까지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직접 걸어가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인 경우 출근할 때 데려다주고 퇴근하며 데려오기 편한 곳이어야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좋다. 아이들의 귀가 후 또래 관계와 놀이가 연장될 수 있고 이웃 학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02. 위생적이고 안전해야 한다
아이가 하루 종일 지낼 공간이므로 보육시설의 환경이 청결하고 위생적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필수. 특히 아이는 조금만 더러움을 타도 병균에 쉽게 감염되므로 실내 환경이 깨끗한지, 안전시설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지(모서리에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했는지, 계단의 경사와 높이 등), 통풍과 채광이 잘되는지, 화장실과 주방은 청결한지 확인한다. 이 밖에 교사와 영유아가 식사 전, 화장실 사용 후, 기저귀 교체 후에 반드시 손을 씻는지 등의 위생 관리도 놓치지 않고 체크한다.
03. 교사와 아동의 적정 비율을 지키는지 확인한다
교사 한 명당 맡는 아이의 수가 너무 많으면 교사가 아이의 개별성을 인정하며 아이의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아동과 교사의 비율이 규정에 따라 지켜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교사 대 아이의 비율은 교사 한 명당 12개월 이하 아이는 3명, 생후 12~24개월까지는 5명, 24~36개월은 7명, 36~48개월은 15명, 48개월~취학 전 아동은 20명이다.
04. 교사의 자질을 살핀다
영유아는 성장과 발달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기이니만큼 영유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연령에 맞는 교육과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 탁아 시간이 길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적 측면을 고루 살펴야 한다. 또 보육에 큰 비중을 두는 시설이므로 선생님과의 유대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함께 전인교육을 하는 것이 좋은데, 전인교육은 아이를 제대로 보호해주면서 재미를 주고, 또래와의 어울림 속에서 규칙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는 놀이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우므로 아이를 잘 놀게 해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선생님인지 여부도 살펴본다.
05. 건물과 외부 환경이 안전한지 확인한다
보육시설 건물과 외부 환경의 조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실내외 놀이터가 영유아의 나이에 적합하고 안전 기준에 맞는 시설인지 살펴보고, 방문자 보안 시스템을 갖췄는지도 체크한다. 이 밖에 안전과 관련해 교육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지, 상해·화재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보육시설에서는 아동 개인의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기록을 관리하도록 돼 있으므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기록을 보여달라고 하고, 아이들이 다쳤을 때 어느 병원으로 보내는지 등 응급 시스템도 자세히 알아본다.
06. 보육 프로그램을 살핀다
처음 보육시설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과제물을 둘러보고 하루 일과표를 살펴본다. 계절에 맞게 작품이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지, 수업과 자유 놀이, 낮잠 시간 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지, 실외 활동은 어디로 얼마나 자주 나가는지 살펴본다. 또 교실의 교구나 장난감이 다양한 영역별로 준비되었는지도 알아본다.
07. 식단과 위생 상태를 점검한다
한 번 먹을 때마다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식단은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함유 식품이 균형을 이루고, 영유아의 발달 단계에 맞추어 적절하고 다양한 형태로 조리되어 제공해야 한다. 입소 전에 방문해 아이들이 먹고 있는 식단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직접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급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반드시 식단을 확인한다. 수유를 하는 영아를 위해서는 우유(분유 제외)를 항상 냉장고에 보관하며, 젖병을 매일 소독해 청결하게 유지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 보육시설 옮기기, 장점 vs 단점
부모가 보육시설을 옮기려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무엇보다 크다. 특히 연령이 높아감에 따라 학습을 강조하는 교육기관에 관심이 가게 마련. 보호와 교육이 같이 이루어지는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 교육 중심의 유치원,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등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그러는 중에도 아이가 환경이 바뀌는 것으로 인해 심리적 변화를 겪으며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고민도 된다.
서울시청직장어린이집 허미란 원장은 “보육시설을 옮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 보육시설을 옮기지 않고 오래 보낼 경우 아이가 보육시설의 모든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한 환경에서 오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교사 또한 아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을 능숙하게 할 수 있지요. 반면 한 곳에 오래 다니면 커리큘럼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루해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교육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곳이라면 아이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기 힘들기 때문에 이럴 경우 보육시설을 옮기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보육시설을 옮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부모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여 더 나은 환경으로 이전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자극과 다양한 또래 경험, 기관별 지향하는 프로그램의 장점 등을 통해 얻는 교육적 효과를 꼽을 수 있다. 반면 단점은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정서적인 혼란이 대표적이다. 환경이 바뀌는 것으로 인해 또래 친구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우며, 특히 갈등이 생길 경우 이전에 다니던 곳을 그리워하는 것이 가장 흔한 예이다.
■ 시설을 옮길 때는 아이의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다니던 보육시설을 옮길 때는 아이가 낮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가 쉬우므로 아이의 정서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윤경 소장은 “아무리 좋은 환경과 자극이 주어진다고 해도 보육기관을 이전할 때 아이들이 느끼는 불안감, 새롭게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자녀가 현재 다니는 기관에 처음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웠다거나 현 보육기관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면 옮기는 것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또 자녀의 연령이 어릴수록 기관이나 보육 교사가 자주 교체되는 일은 아이의 정서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켜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첫 기관을 선정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하고 이후에는 자주 옮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아이가 다니는 보육기관에 적응하지 못해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무조건 보육기관을 바꾸기보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고 가기 싫어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처음 가는 낯선 보육기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아무 설명 없이 아이를 기관에 보내거나, 아이가 울어도 몰래 놓고 가버리거나 야단치며 억지로 분리시킨 행위는 초기 적응 과정을 실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불규칙한 등·하원으로 활동에 참여하기 어렵고 또래들과 상호작용의 기회가 적어 소외감을 느끼거나, 혼자 늦게까지 남아 외로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부모는 기관을 옮기기보다 교사와 의사소통을 해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며, 평소 기관과 교사를 신뢰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 보육기관별 차이점 비교 분석
<놀이방>
보육 위주의 탁아기관으로 가정집에서 사설로 운영하는 곳이 많다. 학습보다는 사회성이나 인성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로 0~5세의 아이들이 많다. 규모가 작고 가정집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집과 같은 편안한 환경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다. 맞벌이 부모가 많이 이용하는데, 놀이방에 따라 오전반, 오후반, 종일반, 24시간 반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집>
아이를 돌봐주는 탁아의 기능과 교육의 기능을 함께 하는 곳이다. 원래는 맞벌이 부모를 위한 보육기관이었으나 기능이 강화되면서 전업주부의 아이도 많이 찾고 있다. 놀이 중심의 활동과 학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비슷한 연령의 아이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공립 어린이집,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어린이집, 부모가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등이 있다.
<놀이학교>
창의적인 교육으로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기관. 좋아하는 놀이를 각종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늘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기 쉽다. 미술, 체육, 음악, 요리 등 특성을 잘 살려 만든 프로그램을 즐겁게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표현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장점이 있으나 영어유치원과 마찬가지로 일반 유아교육기관에 비해 수업료가 비싼 곳이 많다.
<유아 체능단>
보육보다는 교육의 비중이 큰 곳으로 인지 교육보다는 아이의 고른 신체 발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일과 중 운동 시간이 매일 1~2시간씩 고정 편성돼 있지만 그 외의 수업을 운영하는 방법은 기관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구민체육센터나 YMCA, 사설 스포츠센터 등에서 운영하는데, 아이가 몸을 움직이며 놀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유치원>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의 초등학교 이전의 학교시설로 국가가 정한 커리큘럼에 따르고 교육청의 장학 지도를 받는다. 만 세 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 아이들이 대상. 사회성과 인성 교육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곳으로 주로 취학을 앞둔 아이들이 많이 다닌다. 교육청에 등록된 유치원인 경우 관인이란 말이 붙는데, 관인 유치원 중에서도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 정부 지원을 받는 공립 유치원, 대학에서 운영하는 대학 부속 유치원 등이 있다.
<영어유치원>
정확하게 영어학원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아이가 영어로 일상을 접하고 영어로 소통할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 ‘놀이 형태’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영어유치원에 따라 놀이와 학습이 함께 진행되는 곳도 많다. 영어교육과 보육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원어민 교사를 통한 영어교육과 유아교육을 전공한 한국인 교사의 교육 비중이 비슷한 곳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