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아주면 정서↑ 면역력↑ 애착지수↑
피부와 피부가 맞닿아 일어나는 찌릿한 느낌은 단순한 정전기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신뢰와 믿음, 사랑과 안정의 긍정적 에너지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스러운 손길과 관심으로 정서적 안정과 면역력 증진, 두뇌 발달 그리고 확고한 애착 형성 등을 두루 발달시키며 점차 성장해간다.
스킨십은 인간의 욕구 중 하나다. 태아는 엄마 배 속에서 10개월을 안전하고 안락하게 보호받으며 지낸다. 이후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홀로 서기가 시작되지만, 인간은 동물과 달리 태어나 바로 생존해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체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는 배 속 공간과 유사한 환경이 필요하다. 고로 예로부터 어른들은 갓 태어난 아기를 ‘놀라지 않게’ 하려고 배냇저고리나 이불로 돌돌 말아줬다. 배 속 환경과 비슷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그뿐만 아니라 품에 꼭 안아 토닥토닥 해주거나 얼굴을 쓰다듬어주는 등의 행동으로 아기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 필요조건 아닌 생존 조건
아기가 태어나서 돌 이전까지의 스킨십은 곧 생존이다. 한 보고에 따르면 제 1차 세계대전 후 전쟁고아들을 고아원에 수용하고 먹을 것을 주며 돌봤다. 하지만 많은 아이가 곧 사망했다. 이유를 찾아보니 아이들에게는 그 어떤 스킨십도 없었다. 단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먹을 것만 주었을 뿐 따뜻한 스킨십이 없었고, 그 때문에 아이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고 곧 사망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조사됐다.
스킨십은 아이가 부모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부모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이 세상에서 보호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신뢰감이 형성되고, 이 세상을 믿을 만한 곳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스킨십의 힘이다. 아이는 이를 통해 불안감이 줄고 심적인 안정감을 찾는다. 마음의 안정감은 점점 신체적․정서적․지적 성장을 돕는다. 특히 아이는 오감을 통한 긍정적인 자극으로 뇌 발달을 균형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 그래서 스킨십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자극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아동상당센터 김성은 부소장은 “스킨십이 부족하면 아이는 자폐적 성향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인지와 사회성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감각에 대한 지나친 예민성도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옷에 물이 조금만 묻어도 견디지 못하고 갈아입어야 하거나 누군가가 스쳐 지나갈 때도 이것이 공격인지, 아닌지 잘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균형이 해결되지 않으면 학교에 들어갔을 때 학습장애를 갖거나 사회성이 떨어져 눈치 없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라며 스킨십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잘못된 스킨십도 스킨십?
아이와의 스킨십을 아이가 무조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아이가 싫어하거나 원하지 않을 때 스킨십을 강요하면 이는 아이를 괴롭히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아빠는 아이가 받아들일 상황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일방적인 스킨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아이가 재미있게 노는데 갑자기 안아서 방해하거나, 맛있는 간식을 먹고 있을 때 안아주려 하거나, 술을 마시고 들어와서 자는 아이를 깨워 안는 행동들은 아이에게 사람들이 다가오는 것을 경계 신호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리거나 머리에 꿀밤을 주는 행위도 잘못된 스킨십이다. 아이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동들은 부정적 영향을 주기 쉽다. 이러한 것들은 아이로 하여금 분노를 키울 수 있는 스킨십으로 짜증스러운 아이로 자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어른들이 장난한다고 성기를 건드리는, 즉 “고추 따먹자” 또는 “고추 있나 보자” 등의 행동들은 아이에게 자칫 성적 자극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와의 스킨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눈을 맞추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눈 맞춤이 없는 스킨십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그저 무의미한 ‘터치’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아이와의 스킨십
유난히 스킨십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주로 성장 과장에서 스킨십이 적었던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부모는 대부분 과도한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부모라면 아이와의 스킨십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힘들다고 아이에게 스킨십을 하지 않을 경우 아이도 부모처럼 자랄 수 있으므로 아이를 위해서 조금씩 스킨십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정말 노력해도 좀처럼 아이를 안기가 힘든 경우에는 감정 없이 아이를 안아주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아이를 안아주는 것이 좋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이를 안아주면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나거나 분노가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정의 정리가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으로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와의 스킨십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면 매일 정해진 시간에 노력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일어나면 꼭 안아주기, 아침 먹고 양치 후에 매일 뽀뽀하기 등을 매일 실천하면 어느덧 몸에 습관처럼 밴다. 간혹 마음에 없더라도 매일 쓰다듬고 안아주면 점점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이것마저 힘들다면 자신이 하기 쉬운 스킨십으로 정해보자. 쉽게 잊어버리는 성격이라면 집 안 곳곳에 눈에 잘 보이도록 실천 내용을 적어 붙이는 것도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 스킨십을 하는 것도 좋다. 아이가 속상해하거나 울 때 꼭 안아주기로 정하거나 아이가 피곤해하면 마사지를 해주는 등 자신만의 룰을 정해서 실천하는 것이다. 또 일정 시간을 정해놓고 스킨십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규칙 없이 생각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좋다. 부모가 원할 때 스스로 우러나와 하는 스킨십이 아이에게도 가장 편안하고 좋은 스킨십이기 때문이다.
Tip 스킨십이 자연스럽지 못한 부모라면
아이에겐 부모와의 스킨십이 가장 좋겠지만, 부모가 극복하기 힘들 정도로 스킨십이 어렵거나 극복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충분한 스킨십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면 대안은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하는 것이다. 즉 아이가 물놀이를 좋아한다면 물놀이는 배 속에 있을 때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므로 함께하면 스킨십 못지않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래놀이, 흙장난도 같은 맥락에서 좋은 놀이다. 진흙, 찰흙, 밀가루, 이불로 김밥말이 하는 것, 물감으로 장난하는 것,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것 등 피부 접촉이 아니더라도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스킨십을 병행한다면 아이의 정서 발달과 애착 형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