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은 젊은 사람들보다 40대 이후 중장년층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일하는 여성보다는 전업 주부가 더 심하다고 한다. 육아 스트레스와 단순한 가사 노동이 그 원인이라는 것. 특히 여성들의 출산 경험은 쉽게 우울증을 불러오고 건망증을 일으키며, 이러한 건망증은 흔히 조기 치매와 혼동되면서 불안감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 건망증, 왜 엄마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날까?
*30세가 넘으면 기억력이 감퇴된다
인간의 뇌세포는 30세를 기점으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노화된다. 그래서 일시적인 기억력이 점차 감퇴되기 시작한다.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줄어드는 반면, 뇌에서 기억해야 할 양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기억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덜 중요한 것들은 잊어버리게 되는 현상인 셈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더 이상 뇌를 혹사하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작용을 한다. 임세원 교수는 “예외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건망증이 2주 이상 계속되고 불안증과 두통, 불면증 등 다른 증상이 동반한다면 뇌신경계 및 혈관성 정신 장애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출산 후 우울증이 건망증을 부른다
보통 출산 후 찾아오는 ‘주부 건망증’은 심리적 이유와 출산에 따른 심신의 피로가 원인이다. 건망증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이들의 수치는 분만 후 급격하게 떨어져 뇌신경 전달 물질 체계를 교란시키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쉽게 만들며, 2차적으로 이로 인한 건망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산후 우울증은 산모 10명 중 4명꼴로 발생하는 흔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출산 후 건망증 발생 빈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캐나나 맥길대학의 바바라 셔윈 박사는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서 “여성들의 기억력은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있다”면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줄어든 여성들은 기억력 감퇴 현상을 보였으나 호르몬 대체요법(HRT)을 이용하자 기억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아이를 낳고 나서 느끼는 부담이 큰 데다가 출산을 통해 겪게 되는 호르몬이나 신체의 변화도 크고, 아기를 키우다 보면 밤잠을 설쳐 수면이 부족해지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것도 건망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이 때문에 출산 후에도 건강하고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한 여성, 혹은 직장생활 등을 통해 자신만의 페이스로 생활 유지가 가능한 여성은 건망증에 걸릴 확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라고 설명한다.
*단순 가사 노동이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전업 주부의 경우 청소, 빨래, 요리 등 단순한 일을 매일 반복하다 보니 뇌에 지적 자극을 줄 수 없고, 집안일에 익숙해지면서 생활 속에서 주의를 기울여 일할 기회가 적어지며,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어 건망증이 심해질 수 있다. 게다가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 한꺼번에 많은 양의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댁 문제, 남편과의 관계, 육아 문제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밤잠을 못 이루는 날이 늘어나면 뇌의 측두엽이 작아져 건망증이 심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