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더부룩하고 답답한데 병원에 가면 이상이 없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배가 더부룩하며 대변이 고르지 않아 병원을 찾아가도 별다른 진단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복통을 있지만 배변을 하면 증상이 완화되어 꾀병을 앓는 것처럼 보이는 질환,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이 질병은 전 인구의 약 30%가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속 시원한 치료법이 없어 마음까지 답답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뭐기에…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대장 내시경검사나 엑스선검사로 확인되는 기질적인 원인 없이 복통 또는 복부 팽만감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면서 배변 습관의 변화를 동반하는 만성질환이다. 실제로 이 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세밀한 검사를 해봐도 뚜렷이 나쁜 곳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환자는 이상이 없다고 안심하기보다 오히려 실망한다. 배가 분명히 아프고 과식하거나 자극성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자주 설사를 하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니 환자는 오진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것이다. 이 병은 가끔 불편한 증상만을 나타내는 경우부터 그 증상이 아주 심해 직장 생활이나 가정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르기까지 그 정도가 다양하다. 물론 경미한 경우에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음식․스트레스․체질이 추정 원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 한마디로 원인 불명이다. 유전적 원인, 장의 염증이나 감염, 장내 세균 이상, 자율신경 이상, 정신적 장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장염을 앓고 나서 4명 중 1명꼴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앓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크게 3가지 원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음식물 섭취_ 음식물에 의한 질병 유발 확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우유, 달걀, 고기와 같이 소화가 잘되고 찌꺼기가 많이 남지 않는 음식을 먹으면 대변량이 적어지고 대장이 과도하게 수축한다. 또 지방질이 많은 음식, 탄산음료나 알코올, 카페인과 같이 가스를 만드는 음식이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스트레스_ 현대인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감도 병을 일으킬 수 있다. 정신적 긴장을 적당한 방법으로 해소하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신체의 다른 부분, 특히 소화기관의 운동성에 영향을 미친다.
타고난 체질_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서구화된 음식물이나 누적된 스트레스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타고난 체질이나 성격이 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선천적으로 조그마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을 하는 사람이나 성격이 내성적이며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일수록 이 병에 걸리기 쉽다.
어떻게 진단할까?
강동경희대학교 소화기내과 박재준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특징적인 이상을 지니지 않으므로 진단 또한 간단치 않습니다. 우선 장에 이상이 생긴 경우 다른 심각한 질환이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나이에 따라서 발병하는 질병이 다르므로 그런 질병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른 감염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진단을 잘하기 위해서 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해놓고 있지만 현재 임상에서 사용하는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6개월 이전부터 증상이 발생되어 적어도 최근 3개월간 한 달에 3일 이상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있으면서 다음과 같은 증상 중 2가지 이상 해당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판명한다.
1) 증상이 배변에 의해 완화된다.
2) 증상 시작과 함께 배변 횟수가 변한다.
3) 증상 시작과 함께 배변 형태와 굳기에 변화가 있다.
경고 증상을 통한 감별법
내시경검사나 위장관 방사선검사_ 과민성대장증후군인지 또는 다른 병으로 인한 증상인지를 꼭 감별해두어야 한다. 이때 경고 증상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진단은 내시경검사나 위장관 방사선검사로 해부학적 병변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박재준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증상 호소만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으나 기질적 위장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위장관 방사선검사나 내시경검사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50대 이상은 의무적으로 내시경검사를 꼭 실시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 외 감별법_ 체중이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원래보다 10% 이상 줄어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복통, 설사 등의 증상과 함께 37.5℃ 이상의 미열이 있으면 장결핵이나 궤양성 대장염, 종양 등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음식물을 흡수하지 못해 오는 설사, 예를 들면 우유를 소화시키는 효소가 결핍되어 일어나는 설사와도 구분해야 한다. 박재준 교수는 “만약 잠을 자다가 복통 때문에 깰 정도면 다른 병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잠을 자는 중에는 복통이 일어나지 않고 자다가 배변하는 일도 아주 드물기 때문입니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체중 감소, 식욕부진 등의 증세가 있으면 과민성대장증후군보다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합니다”라고 조언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의심되는 증상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은 아랫배가 아프고 변비와 설사가 며칠 간격으로 번갈아 나타나 배변 습관이 바뀌는 장 증상이다. 복통은 배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하복부에서 발생 빈도가 높으며 아무리 심해도 이런 증상은 변을 보고 나면 통증이 완화된다. 점액질 변, 복부 팽만감이나 가스가 가득 찬 느낌, 잦은 트림, 배가 더부룩하거나 배에서 소리가 나기도 한다.
환자의 30∼50%에서는 장 증상 즉,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 증상 외에 장의 연동운동 이상에 의한 소화불량, 속쓰림, 산역류, 구역질 등 상부 위장관과 관련된 증상을 자주 호소하며 두통, 피로감, 불면증, 성기능장애, 월경 곤란, 성교통, 배뇨장애 등의 장 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을 개선하려면?
박재준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절반 이상은 35세 이전에, 40%는 35~50세에 각각 시작됩니다. 서양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높다는 보고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남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발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환자가 답답함과 불편함을 호소할 때마다 최소한의 검사를 해서 ‘당신의 장에 심각한 병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안심을 시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실제 대장에 염증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완치가 없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을 10년 이상 장기 관찰했을 때 2/3는 여전히 증상이 지속되는 반면, 나머지 1/3은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생명에 위협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가장 왕성하게 일할 나이에 이런 증상으로 삶에 의욕을 잃거나 정상적인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식이 습관의 개선_ 30~40대 남성들은 직장에서 잦은 회식으로 인해 지방질이 많은 음식, 카페인 식품, 배 속에서 가스를 형성하는 음식, 알코올이나 카페인 등을 많이 섭취하는데 이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양질의 식이섬유(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특히 변비형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겸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약물 치료 없이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약물 투여_ 대부분의 환자는 식이요법으로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되지만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약물 투여를 고려할 수 있다. 약물은 장기적 복용을 권장하지 않고 일시적 증상 조절을 할 때 많이 권장되는 방법이다. 설사가 주요 증상이라면 지사제로, 변비가 문제라면 장관 운동 촉진제로 증상을 호전시킨다. 또 복통이나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항경련제 또는 항콜린제가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항생제는 장내 세균에 변화를 주어 특히 설사형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1차적 약물 치료가 불충분한 경우 항우울제 또는 항불안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통증 조절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보조제로 유산균 캡슐을 함께 권장한다.
정신과적 치료_ 최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이다. 약물 치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스트레스나 정신과적 문제가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판단될 경우 정신과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인지행동요법, 대인관계 치료, 최면요법 등을 적용해 증상을 개선하는 방법이다.
Tip 잠깐만요! 유산균 음료를 먹으면 정말 치료에 도움이 되나요?
박재준 교수는 “유산균이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임상 연구에서 보고되었으며, 특히 복부팽만의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유산균(Probiotics)이란 적당량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살아 있는 유기체를 말합니다. 즉 외부에서 들어온 유산균이 장관 내의 해로운 세균을 억제하거나 대체해 유익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또 실제 임상 연구 발표에 의하면 유산균의 균주 종류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데 락토바실루스(Lactobacillus) 제제는 복통 또는 복부 불편감 호전에 도움이 되며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a) 제제는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부작용이 없고 장기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어느 정도의 양을 얼마 동안 섭취해야 하는지는 아직 알려진 바 없습니다. 따라서 불편한 증상에 맞게 성분을 잘 살펴 유산균 음료를 섭취하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