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로 마음 따뜻한 그 순간
저도 다시한번 떠올려보내요
방과 후 오늘도 달린다.
학교가 끝나고 학교 앞 버스 정류장을 향해
숨이 멎을 정도로 달린다.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 그렇게
버스 정류장을 향해 내달리는 것으로 날려버린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전력질주 하여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얼굴에 안경이 끼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는 이미 멀어져 있었고,
평소에도 안경이 없으면 버스 번호판이
가까이 있어야지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았다.
버스 정류소에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안경 쓴
여학생이 있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저기 미안한데, 오빠가 눈이 별로 좋지 않아서 그러는데,
30번 버스가 오는지 봐줄 수 있겠니? 오면 말해줘라"
잠시 내 눈치를 살피며 생각하던 여학생은 "예"라고 대답했고,
나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몇 번 버스를 타는지도 물었다.
여학생은 "180번이요!" 하고 깜찍하게 대답하였다.
5분 정도 지나자 내 눈 앞에서 여러 대의 버스가 지나갔다.
그중에 한 대는 180번 버스였다.
여학생은 자신이 타야 할 버스임에도 버스를 타지 않았다.
그리고 10여분이 지나서야
여학생은 나에게
"저기 30번 버스 오는데요"
라고 말해주는 것이었다.
"고맙다 예쁜 학생"
짧은 인사와 함께 30번 버스에 올라타
맨 뒤로 가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그 여학생이 연이어 온 버스에 탑승하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180번 버스였을 것이다.
정말 눈물 나게 고마웠다.
비록 처음 만난 학생이지만,
그 마음에 내 삶의 자세도 조금 바뀐 것 같다.
세상은 여전히 살만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