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 이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이해

조회 4387 | 2014-05-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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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영유아기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들이 ‘정상 발달’을 하는지를 일찍부터 관찰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말이 트이기 이전의 시기인 만 3세 이전에는 발달에 문제가 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많은 부모들은 ‘정상 발달’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접하기 때문에 아이의 발달 특성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 내리기 매우 어렵다. 따라서 만 3세 이전에 발달 문제를 보이는 경우 아직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하는지, 빨리 진단을 받고 아이에게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이해 ▶ 운동 발달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이해 ▶ 환경적인 자극 결핍으로 인한 발달 지연과 애착의 어려움으로 인한 발달 지연 ▶ 학습에 어려움을 가진 아이의 이해 등 4가지 주제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사례 1 엄마 이외의 사람들과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
마산에 사는 성원이(가명)는 생후 19개월에 연구소를 찾았다. 특별히 발달 지연을 보이지 않던 성원이가 엄마와는 적극적으로 눈을 맞추는데 친척 모임이나 또래 모임에 데리고 가면 전혀 눈 맞춤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무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친구들과 놀지 않고 혼자서만 놀 뿐 아니라 친구들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발달 검사 결과 비언어 인지 영역은 19개월 수준으로 자기 나이 수준을 보였으나 언어 이해력은 12개월 수준으로 아직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 이해력 지연이었다. 이런 경우 비언어 영역의 인지가 정상 범위에 속하므로 일상생활에서 엄마가 하는 말은 눈치로 알아들을 수 있고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성격이므로 아이의 작은 얼굴 표정으로 아이의 의사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아이와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다가 또래 집단에서 아이의 행동이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이다.

사례 2 수많은 책을 읽어주었는데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이
아이가 36개월이 되었는데도 책만 열심히 읽고 엄마와 언어적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며 연구소를 찾아온 기훈이(가명) 엄마. 기훈이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언어 발달이 빨라진다고 생각하고 3,000만 원어치의 책을 구입해서 읽어주기도 한 열성 엄마다. 그런데도 아이와 상호작용이 되지 않아 고민 끝에 상담을 하게 된 것이다. 검사 결과 언어 이해력 지연으로 진단되었다.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와의 언어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아이는 어려서부터 접한 그림책을 장난감이나 친구 삼아 심심함을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을 많이 해주고 책을 많이 읽어주면 언어 발달이 향상된다는 육아 서적의 내용을 믿고 많은 책을 구입해서 읽어주었던 어머니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며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언어 이해력은 가족과의 일상생활로 자연스럽게 길러져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나는 의사소통장애인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는 단순한 단어의 이해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지만 추상성이 높은 단어의 경우 특수교육 방법을 활용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책을 통해서 학습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런 장애를 가진 아이는 상호작용을 일부러 회피하면서 마치 자폐성 발달장애 아이처럼 장난감만 가지고 놀거나 그림책만 보면서 혼자서 중얼거리며 놀려고 한다.
위 사례 중 성원이는 어머니의 세심한 관찰력으로 선천적인 언어 이해력 지연의 문제를 조기에 발견된 경우다. 반면에 기훈이는 언어적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안 경우다. 주변에 방문할 친척도 없었고, 또래 친구들과 만날 기회도 없어서 책을 잘 읽는 아이가 언어 이해력에 지연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책을 많이 읽어줘야 아이의 언어 발달이 우수해진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엄청난 비용의 책 구입에 동의했던 기훈이 아버지는 아이의 언어 이해력이 지연된다는 말에 아연실색하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어 이해력은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경우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마치 걸음마 연습을 열심히 시키지 않아도 아이가 잡고 서서 걸을 기회가 자연적으로 주어지면 혼자서 걸을 수 있듯이 언어 이해력도 가족이 대화하는 말을 듣는 경우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를 나눌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일찍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도 유아기의 언어 발달 증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방법이다.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는 조기 특수교육이 필요해
하지만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문제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에는 아무리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어도 아이의 언어 이해력이 의미 있게 향상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내려지는 진단이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이며 이는 조기 특수교육이 필요한 경우다.
19개월에 조기 발견된 성원이는 아이의 언어 이해력 증진을 위한 조기 특수교육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장애통합 어린이집이 아닌 일반 어린이집을 다녔고 올해 일반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기훈이의 경우에는 어머니가 언어 이해력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에 동의하지 않고 더 이상 연구소를 방문하지 않았다.
생후 24개월경 언어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상호작용이 잘되지 않는 경우엔 다음의 기준으로 아이의 발달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
  자폐성 발달장애   지적장애
․자신을 이해하는 주 양육자와는 눈을 잘 맞추고, 일상생활에서 많이 활용하는 간단한 말인 경우 이해하지만 다른 사람이 말을 걸어올 때는 쳐다보지 않는다.
․24개월경 간단한 놀이 규칙을 설명할 때 듣기 싫은 척하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다.
․언어 이해가 필요하지 않은 운동 놀이나 퍼즐 놀이의 경우 적극적으로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언어 이해력에 지연을 보이면서 비언어 놀이나 운동 놀이 시에도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간지럼을 태우거나 아이를 높이 들어 올리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소리를 들려주는 등 강한 감각적인 자극을 주는 경우에만 양육자에게 반응한다.


 
  ․눈 맞춤에 어려움이 없고 상호작용 놀이에도 큰 어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단 24개월 이후 학습을 시키려고 할 때 흥미를 보이면서도 엄마가 하는 말이나 놀이 규칙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언어 이해력 증진을 위한 발달 언어 치료 혹은 조기 특수교육이 필요하다. 상호작용능력 향상을 위한 놀이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비언어 영역의 인지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경우 일반 어린이집에서의 적응이 가능하다.
 
  ․상호작용 능력 향상을 위한 놀이 치료가 필요하다. 강한 감각적인 자극을 통한 상호작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놀이 치료로 시작해 점차 언어적 상호작용을 활용하는 놀이 치료 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는 학습 활동이 필요하다. 같은 지적 수준을 보이는 아이들과의 소집단 학습 활동이 가능하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에서의 보육과 특수교육 활동이 일상생활의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어려움이 있다면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나 자폐성 발달장애, 지적장애 모두 언어 이해력에 지연을 보이지만 조기 특수교육을 시도할 때 가장 빨리 학습 효과를 보이는 장애가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성-표현성 복합 언어장애아에게 언어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조기 특수교육을 제공하지 않고 놀이 치료를 제공해 언어 이해력 증진을 위한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매우 애석하다. 이는 어머니가 말을 많이 해주고 책을 많이 읽어주면 영유아기의 언어 발달이 향상되고 그렇지 않으면 언어 발달이 늦어진다는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상 발달’을 보이는 경우에는 많은 단어를 접하고 언어적 대화의 기회가 많은 경우 언어 발달이 증진될 수 있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어려움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에는 영유아기에 아이들이 보는 책인 그림책을 열심히 본다고 해서 언어 이해력이 의미 있게 향상되지 않는다.
몸짓을 활용할 수도 있는 유아기의 의사소통 능력은 18개월 이후로 의미 있게 향상되므로 18개월 이후에 친척이나 또래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혹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인다면 그림책을 잘 보는 아이라도 선천적으로 언어 이해력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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