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혼자 하고 싶은 때가 있다. 아이도 돌이 지나고 걸음마를 시작하면 뭐든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부모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아이에게 숟가락과 포크를 쥐어주자. 그리고 밥상이 엉망이 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우리 아이 숟가락 젓가락질 돕는 노하우 공개.
‘숟가락 젓가락질 잘하는 아이가 똑똑하다?’ 허투루 나온 말이 아니다. 그만큼 손을 많이 사용할수록 두뇌의 많은 부분에 자극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숟가락 젓가락질을 하지만 사실 그 단순한 움직임을 위해 손의 30여 개 관절과 50개 근육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뇌가 관여하는 부분도 크다. 손으로 하는 활동을 많이 할수록 아이의 두뇌에 좋은 자극을 주고 이는 뇌를 활성화해 두뇌를 발달시킨다.
한국아동발달센터 권선희 작업치료사는 “숟가락 젓가락질을 하면서 손가락과 손목 관절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두뇌가 끊임없이 자극받기 때문이죠. 게다가 손동작을 통해 손가락뿐 아니라 손목, 팔꿈치까지 이어진 수십여 개의 관절과 근육이 함께 움직이며 소근육도 발달하고 두뇌 회전도 빨라집니다”라고 말한다.
돌 전후 아이가 관심 보일 때 시작
그렇다면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한국아동발달심리센터 권선희 작업치료사는 “처음에 아이는 부모가 아이의 식사를 도와주면서 숟가락, 젓가락의 사용 방법을 배웁니다. 아이가 수저에 관심을 보이고 스스로 쥐고 해보려 할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숟가락질은 보통 돌 전후로 시작하죠. 이때 뜨기 쉬운 음식물(떠먹는 요구르트, 죽 등)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만 2~3세가 되면 젓가락질을 하는데 처음부터 어른들이 사용하는 젓가락보다는 보조 젓가락(에디슨 젓가락 등)을 사용함으로써 기능을 강화한 후에 일반 젓가락을 사용한다면 좌절감이 훨씬 덜할 수 있습니다. 젓가락질을 처음 할 때도 면 종류와 같이 집기 쉬운 음식물부터 시작해 점차 작고 부드러운 것을 시도하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조언한다.
처음에는 숟가락 젓가락질이 서툴더라도 아이가 장난감처럼 갖고 놀며 숟가락, 젓가락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는 처음부터 무리한 욕심을 내지 말고 아이가 숟가락 젓가락질 시도 자체에 만족해야 한다는 것.
스스로 시도할 때 충분히 지지해줘야
아이는 보통 돌이 지나면 제 손으로 먹고 싶어 한다. 돌이 지나고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감이 부쩍 향상돼 밥도 혼자 먹어보고 싶어 하는 것. 부모는 이 시기를 잘 캐치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은 이러한데 부모가 자꾸 먹여주는 습관을 들이면 ‘나를 못 믿어서 그런 건가?’ 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상실하고 독립성을 키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이가 숟가락질이 서툴러 음식을 여기저기 흘리는 게 싫거나 잘 먹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숟가락질을 못하게 하면 안 됩니다. 이 시기에 스스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아이는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렇게 생후 24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제 손으로 먹는 게 신기하지 않아 혼자 먹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엄마가 먹여주기를 바랍니다. 부모는 아이가 마음껏 숟가락질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지저분해지는 게 싫다면 바닥에 종이를 깔고 마구 흘리면서 먹게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억지로 강요해선 안 돼요
아이가 못한다고 억지로 시키는 것은 금물.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 있으므로 호기심을 보이는 캐릭터 숟가락, 젓가락 등으로 먼저 시작하고, 거부할 경우 부모가 시범을 보여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시도한다면 칭찬을 퍼부어주세요. 아이도 숟가락질이 잘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마음 같아서는 금방 배워 어른들처럼 척척 맛있게 혼자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안 되면 화가 나거든요. 그때 야단을 치거나 숟가락을 뺏기라도 하면 자신감이 확 떨어져요. 잘 못해도 칭찬해주세요.”
Tip 이렇게 도와주세요
1. 캐릭터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자_ 무엇보다 아이가 숟가락과 젓가락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게 먼저다.
2. 숟가락을 이용한 놀이를 해보자_ 숟가락으로 쌀이나 콩을 떠보게 하거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무찰흙을 빚어 숟가락으로 옮기는 놀이를 즐기며 숟가락과 친숙하게 돕는다.
3. 뜨기 쉽고 흘러내리지 않는 음식부터 시도한다_ 달걀찜이나 푸딩, 삶아 으깬 단호박이나 감자 등. 수저에 듬뿍 떠지는 질감의 음식이어야 아이도 숟가락을 사용하는 데 재미가 붙을 것이다.
4. 손힘을 길러주자_ 옷을 입을 때 단추를 직접 끼우게 하거나, 컵에 물을 따라보게 하는 등 평소 손을 많이 움직이게 유도한다.
5. 젓가락에 흥미를 갖게 하자_ 연필, 펜 등을 아이 손에 들려줘 젓가락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준비를 할 때는 아이가 식탁 위에 젓가락을 올려놓게 하는 등 친숙해지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