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 아이가 영재? 부모라면 한 번쯤…

조회 2484 | 2014-05-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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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자극 필요해요

혹시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닐까?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터. 아이가 태어나기 전 ‘무조건 건강하게만!’을 외치던 절절한 심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결국 부모는 욕심을 드러낸다. 아이가 조금만 다르게 행동해도 ‘혹시? 영재?’ 하며 들뜨기 일쑤다. 과연,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 우리 아이가 정말 영재인데 방치하고 있는 걸까?

여섯 살 경훈이는 늘 주의가 산만해 경훈이의 부모는 걱정이 많다. 하지만 두 가지에서만은 예외다. 바로 바둑과 블록 놀이. 이 놀이를 할 때만큼은 눈에 레이저라도 뿜어 나올 듯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집 안에는 온통 블록과 바둑뿐이다. 심지어 거실 벽 무늬까지 바둑판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 날, 경훈이 부모는 ‘저러다 경훈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게 아닐까?’ 고민하던 끝에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영재 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테스트를 받기 전 자폐가 아닐까 초조했었는데, 경훈이는 ‘영재’였던 것이다.

어떤 아이가 영재일까?
영재아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것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종이학 접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각기 다른 모양으로 수십 마리를 접어야 직성이 풀리고,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하면 두세 시간 정도는 까딱도 않고 개미의 움직임을 보고, 기계의 작동에 관심을 가지면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망가뜨릴 정도다. 때론 이런 호기심과 과제 집착력이 문제 행동으로 비치기도 한다.
영재가 아닌 아이에게 억지로 영재교육을 강요하는 부모의 욕심은 분명 문제다. 그러나 영재성이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이런 아이들은 의외로 많다. 또 경훈이처럼 ‘자폐성’을 의심받는 아이들 중에 ‘영재’인 아이도 있다. 영재아의 15%가 자폐아라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한국과학영재지원정보센터 KIM연구소 김명환 소장은 “영재 판별은 보통 아이들과의 비교에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것이에요. 부모가 내 아이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하지만 쉽게 놓치기도 합니다. 부모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또래 집단 아이들의 수준을 잘 모르고 아이에게 맞는 적절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모르죠. 아이가 한 분야에 뛰어난 성과를 보이면 전문가에게 한 번쯤 테스트를 받아볼 필요가 있어요”라고 지적했다.

IQ 높다고 영재 아니다
영재라고 하면 IQ가 높은 아이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능이 높다고 해서 영재아인 것은 아니다.
“영재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다르고 분야별로 달라요. 지능과 창의력, 과제 집중력으로 본 학자도 있고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운까지도 영재의 요건에 포함시키는 사람도 있어요.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과제에 대한 집착력이나 창의성 없이는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어요. 그러나 영재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있어요. 한 분야에 유난히 집착하고 특별히 가르치지 않아도 또래 아이들보다 언어, 수리 감각 등에서 1, 2년 정도 앞서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만 3~5세는 창의력이 발달하는 시기인데, 이때 특별히 시키지 않고 내버려둬도 스스로 필요해서 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스스로 기발한 생각을 하거나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창조해내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는 억지로 시킨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영재성은 아이의 영재 수준에 따라 조기에 나타날 수도 있고, 성장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대체로 창의성, 논리력 사고, 예체능 분야의 영재성은 취학 전 아동들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물리적인 것이나 학문적인 것은 취학 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비로소 영재성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영재니까 내버려둬도 잘한다?
영재성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일정 범주 길러질 수도 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영재아라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적절한 자극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능력이 사장될 수 있는 법. 현재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25개의 대학 부설 과학영재교육원을 비롯해 전국의 시도교육청에서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영재교육에 대한 관심이 개인에서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장되면서 영재교육진흥법이 재정되고 점차 확대․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영재아가 영재교육을 받지 않는다고 갑자기 IQ가 낮아지는 등 머리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학습 태도나 정서적 면에서 퇴행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학업 수준이 맞지 않아 빈둥거리거나 비생산적인 일에 몰두하는 등 아이의 학습 태도가 저하되고, 튀는 언행으로 사람들에게 유별나다는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하죠. 이와 반대로 끓어넘치는 호기심이 억압돼 좌절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따돌림을 당하기 싫어 자신의 능력을 감추거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영재교육을 받지 않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도 오해이지만 영재는 타고난 머리가 있어 내버려둬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것 또한 편견이다. 
“영재는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 높은 과제 집착력, 높은 창의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납니다. 또 이런 특성들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유전적 부분 50%, 교육적 환경과 가정환경 50%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영재성을 길러주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김명환 소장은 스스로 사고하는 창의력과 논리력, 문제 해결 능력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더불어 수월하게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이 네 가지 방법을 반복하게 될 때 창의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력이 높아지고 여러 면에서 아이가 머리를 쓰기 때문에 논리력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 브레인스토밍을 하라 이미지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자유롭게 연상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동그랗게 생긴 게 뭘까?” 질문한 다음 아이에게 대답을 유추하도록 한다.
2. 자주 묻되 열린 질문을 하라 질문을 자주 하는 게 좋다. 대신 단답형 질문보다 개방형 질문을 해야 한다. 개방형 질문은 단답식 답변보다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창의력 창고다.
3. 함께 스토리를 만들어라 어떤 주제를 놓고 아이보다 먼저 결론을 짓지 말고 아이가 상상의 날개를 펼치도록 함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좋다.
4.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도록 훈련시켜라 마무리가 깔끔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교성이 뛰어나고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정한 목표는 내 아이 ‘행복’
유아기 영재 교육은 아이의 능력과 잠재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극을 통해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영재성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분야를 접하고 다양한 직․간접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 아이의 ‘행복’이다.
“영재라 하더라도 단계에 맞지 않는 영재 그룹에 넣으면 비만, 탈모 등 다양한 스트레스성 부작용이 나타나요. 부모는 유아기의 교육기관이나 교육 시스템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해요. 내 아이에게 맞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아이의 관심 여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유아기 때는 어느 하나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이것저것 교육 기회를 노출시키는 게 좋아요. 그래야 내 아이가 좋아하고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분야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명심할 것은, 아이가 다양한 교육 환경에 부담을 느낀다면 당장에 그만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아이가 싫어하는데 강요한다면 안 하느니 못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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