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지내던 아기가 일어나 걷기까지
사실 특별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다음에야 사람은 누구나 쉽게 걷는다. 어찌 보면 ‘저절로’ 걷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걷기’는 생각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쳐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허리에 힘을 주어 상체를 세우고,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뻗으며, 한쪽 발에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두뇌가 컴퓨터보다 복잡한 신경회로를 정교하게 작동시켜 걷기에 필요한 신체 부위의 근육을 순서에 맞게 움직임으로써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기가 자유자재로 걸을 수 있으려면 두뇌와 신경, 근육, 신체 등이 종합적으로 발달해야만 한다. 단순히 다리 힘만 길러진다고 걷기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기의 종합적인 신경시스템이 어느 정도 발달했는지, 즉 아기의 걷기 준비가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알아보려면 흔히 말하는 ‘발달단계’ 중에서 어디쯤에 위치했는지를 보면 된다. 아기라면 누구나 ‘뒤집기→ 앉기 → (기기) → 서기 → (붙잡고 걷기) → 걷기’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과정이 결국은 자유롭게 걷기 위한 전단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연습시킨다고 빨리 걷진 않아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엄마나 주변 사람에게 의지해서 얻을 수밖에 없는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존재였던 아기가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적극적인 존재로 변해간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변화는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생후 몇 주밖에 안 된 아기가 누운 채 손과 발을 쥐었다 폈다 하며 다리를 버둥대는 것 역시 걷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걷기가 ‘연습의 산물’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아기들이 혼자 걷기 전에 벽이나 탁자를 짚으며 걷는 연습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걸음마란 근본적으로 모방하거나 연습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아기의 신체가 걷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하면 신경시스템이 걷는 기술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기들이 혼자 걸을 수 있는 시기는 대략 10~16개월 사이라고 한다. 어떤 아기들은 10개월에 혼자 걷지만, 어떤 아이들은 16개월이 되어야 엄마의 도움 없이 걷는다는 것이다. 10개월에 걷든 16개월에 걷든 모두 정상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아기의 걸음마가 늦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 ‘조금 늦되는 거겠지’ 하고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아기가 생후 5개월이 지나도록 고개를 가누지 못하거나 9개월이 되도록 앉지 못하거나 16개월이 지나도 걷지 못한다면 소아과나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서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아기 걸음마에 대한 오해 바로 잡기
엄마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은 걸음마와 두뇌 발달의 상관관계다. 즉 빨리 걷는 아기가 지능이나 운동신경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체 발달의 속도와 뇌 발달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걸음마가 늦다고 덜 똑똑하다거나 운동신경이 둔한 아이로 자란다고 믿는 것은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빚어낸 오해다. 오히려 지나치게 일찍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들일수록 다리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O자형으로 휠 가능성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빨리 걷는 아기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간혹 빨리 걸으면 다리가 휜다거나 허리가 약해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엄마들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통상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기보다는 덜 나가는 아기가,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기보다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기가, 많이 아팠던 아기보다는 건강한 아기가 빨리 걷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빨리 걷는다는 것은 그만큼 걸을 수 있는 조건이 일찍 성숙되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아기를 무리하게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며, 그렇게 하면 걱정하는 대로 다리가 휘거나 허리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