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있는 사람이 되려면 소통하라

조회 3306 | 2014-06-19 17:29
http://www.momtoday.co.kr/board/28414
여자에게 “지금 꼭 만나고 싶은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여자들 대부분이 결혼을 한다면 경제적 능력이나 성격을 제일 먼저 고려하겠지만 만남을 전제로 한다면 1순위로 재미있는 남자를 꼽았다. 만나면 웃을 수 있고 유머러스한 남자를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으로 꼽은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마음을 놓게 하는 웃음과 유머의 코드는 어떤 것일까?

웃긴다, 우습다, 유머러스하다, 익살스럽다 등 웃음을 주는 사람에 대한 서술은 다양하다. 하지만 각각의 서술어에 담긴 뜻은 같지 않다. 미묘하지만 각 서술어는 사람을 대변하는 오묘한 뜻이 숨어 있다. 주어진 대본이나 만들어진 강의안 없이 사람들을 울고 웃기는 김창옥연구소의 김창옥 소장은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이스컨설턴트이자 소통 전문가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하지 않으면 웃음도 슬픔도 줄 수 없다고 조언한다.
 
물꼬를 터서 막힌 곳 없이 흐르게 놓아야 진짜 유머
휴먼(human)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유머(humor)는 반전, 해학이라는 뜻과 더불어 ‘흐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병에 담아 가둬놓은 물은 결정이 깨지지만 굽이굽이 흐르도록 물꼬를 터놓은 물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결정이 생긴다고 한다. 머물지 않고 흘러야 저만의 결정이 생기는 물처럼 사람과 사람 또한 물 흐르듯 자유롭게 흐르는 가운데 나오는 것이 유머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유머는 마음을 여는 보편적인 약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웃기는 사람은 가볍다고들 생각하잖아요? 깊이 있는 뿌리와 관계된 유머가 아니라 헛농담을 하고 말장난을 하기 때문에 유머가 욕을 먹는 거예요. 유머는 삶과 사람을 통찰하는 가운데 나오는 깊이 있는 삶의 철학입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웃기는 사람이나 우스운 사람과 유머러스한 사람은 분명히 구분되거든요.”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웃긴다, 우습다, 익살스럽다는 각각 어떤 일이나 모습이 한심하고 기가 막히다, 재미가 있어 웃을 만하다, 남을 웃기려고 일부러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한다 등의 뜻을 가진다. 곧 웃긴 사람이야, 우스운 남자구나, 저 사람 익살스럽네 등의 말에는 상대방이 다소 가벼워 보인다는 의미가 들어 있기도 한 것이다.
“웃음을 준다는 의미로는 같은 뜻이지만 유머러스하다는 말에는 가벼워 보인다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아요. 그건 유머 자체가 삶을 관통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의미하는 더 깊은 뜻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곧 유머러스한 사람을 좋아하고 유머러스한 말에 반응하는 것은 인생에 대한 감동이 함께하기 때문이지요.”

~척하지 않는 유머의 기술
검도를 하는 사람들은 3가지 소리가 딱 맞아떨어질 때 좋은 점수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발이 바닥을 칠 때 나는 소리, 기합을 넣을 때 내는 목소리, 검을 내려칠 때 나는 소리가 딱 맞아떨어져 하나로 울릴 때 검을 든 사람도 심판도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검도에도 좋은 점수를 내는 기술이 있듯 세상에는 많은 기술이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조립이나 용접 같은 기술을 갖고 직업으로 삼아 숙련도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물론 처음 만난 이성의 전화번호를 쉽게 따는 법, 첫 만남에서 이성의 호감을 사는 법, 주눅 들지 않고 말하는 법 등 말에도 기술이 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유머에도 기술이 있을까?
“솜씨나 재주를 의미하는 기술이라는 말과 사람을 이해하고 삶이 녹아 있는 유머가 뜻이 통할까요? 사실 말의 기술이라고 하는 것들을 보면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서 나를 보여주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숨어 있습니다. 곧 포장은 기술이되 내용물은 상대방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는 소통의 의미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유머에도 기술이 있다면 당연히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떤 사람이 하는 말에는 당연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가 하면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은 중간에 잘리거나 얘기를 마쳐도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때가 많다. 누구는 말을 할 때마다 “나 얘기하는 중이잖아!” “나 아직 얘기 안 끝났는데?” 하며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징징거리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한다. 모두 같은 사람이고 외국어를 쓰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독 말이 잘리거나 관심 속에서 묻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있는 사람들과 내가 마음이 통하고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스머프 마을에서 제일 존경받는 할아버지 스머프와 친구들에게 무시당하는 똘똘이 스머프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어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똘똘이 스머프는 잘난 척하는 것 때문에 스머프들 사이에서 조롱이나 무시의 대상이 됩니다. 반면에 지식을 쌓지 않았지만 인생의 경험이 많은 할아버지 스머프의 말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지요. 잘난 척하는 것과 마음을 여는 것의 차이를 확실히 알면 어디서나 유머러스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유머는 UP & DOWN
어떤 자리에서든 유머러스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면 자신의 마음을 먼저 열고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기꺼이 화제의 중심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한다. 곧 유머는 누군가의 다운(down)이 있어야 다수의 업(up)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대화의 대상으로 올려놓고 흉내를 내거나 특징적인 뭔가를 비교 삼아 망가뜨리려 한다면 기꺼이, 확실히 망가져주는 것이 유머다.
“뒷담화가 됐든 대화가 됐든 사람들이 어울리다보면 화제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의 단점만을 떠들어대면 뒷담화가 되는 거죠. 하지만 다운되어 기꺼이 망가져주는 누군가를 바탕으로 다수의 마음이 열리고 감동을 받는다면 그게 바로 유머가 되는 겁니다. 다운되는 사람도 업 되는 다수도 기분 나쁘지 않고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유머죠.”
김창옥 소장은 화목하지 않았던 부모의 얘기와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희화화시켜 유머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누라 말 안 듣기’를 인생의 지표로 삼았다는 아버지는 일평생 당신 마음대로 사는 분이다. 전라남도 해남이 고향인 어머니는 말 안 듣는 남편과 사느라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며 나이 70이 넘어도 과부가 못 되는 복 없는 팔자를 가졌다며 푸념하는 분이다. 자신은 공고를 나와 전문대 입시에도 실패하고 군대를 제대한 뒤에서야 대학에 입학하고도 학비가 없어서 음식 배달을 하며 레슨비를 벌어야 했다. 이처럼 숨기고 싶은 가족사나 어려웠던 시절을 얘기꺼리로 내놓으며 다수의 업을 위해서 자신의 다운인 시절을 웃으며 얘기한다. 언뜻 보면 어긋난 가족사에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우한 과거임에도 다수를 위해 망가지는 한 사람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의 인생을 뒤돌아보면 분명히 굴곡이 있거든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콧대를 세우며 잘난 척하던 업이 있는가 하면,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서 숨고만 싶었던 다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누구입니까? 그 모든 시기를 거친 뒤에 좀 더 성숙한 현재의 내가 바로 유머러스한 인생을 산 나입니다.”

7,000개의 단어와 2만 개의 단어가 만나는 부부
남자가 사용하는 단어는 7,000개 안팎이라고 한다. 반면에 여자가 사용하는 단어는 2만 개가 넘는다고 한다. 남자는 여자가 수다스럽다고 하고, 여자는 남자가 말을 할 줄 모른다고 손가락질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다른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집안일이 너무 힘들어’라고 합니다. 그럴 때 남편이 ‘바깥일이 더 힘들어’ 하면 대화가 끊기고 싸움이 시작되는 거죠. ‘그래,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사람 손이 더 가야 하니 집안일이 힘들지’ 하고 마음을 열면 ‘아무리 그래도 바깥일만 할까?’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부부 사이의 대화는 이런 거죠. 웃기려고도 무시하려고도 말고 그저 아내에게, 남편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은 나오고 유머가 시작되는 거죠.”
아내인 여자와 남편인 나를 비교하며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른 나와 너를 얘기하기 시작하면 부부 사이에 대화보다는 싸움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인생을 담고 삶을 관통하는 것이 유머라면 부부 사이의 유머는 생활 밀착형 웃음이 있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내가는 것부터 밥 먹고 난 뒤에 식탁을 누가 닦을 것인가, 아침밥은 누가 차릴 것인가 하는 소소한 부분에서 마음이 모아지면 맞벌이, 친정, 시집에 관한 문제들도 웃으며 얘기할 수 있다.
“내 마음속에 어떤 상을 세우고 얘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자꾸만 어긋나는 거예요. 자녀와 얘기할 때도 마찬가지지요. 내 아이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상이 있기 때문에 그에 미치지 못하면 화가 나고 큰소리를 칩니다. 내 마음을 채워줄 그 무엇이 아니라 아이는 그저 아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녀와 대화가 어색하지 않겠지요.”

Tip 유머 이리 내! 유머 가져와!
① 대화의 물꼬를 터놓아라.
② ~척하지 마라.
③ 다수를 위해 기꺼이, 확실하게 망가져라.
④ 아내의 말에 먼저 수긍하라.
⑤ 자녀에게 자기만의 상을 세우지 마라.

이전.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