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신비한 유전 이야기

조회 2669 | 2014-05-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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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이는 생김새나 성격, 재능 등 여러 면에서 엄마, 아빠와 닮은꼴이다. 또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다른 모습도 서서히 닮아간다. 이목구비부터 행동 하나하나 어쩜 그리도 쏙 빼닮았는지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 애정이 가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누구를 얼마나 닮을까?
또 환경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알쏭달쏭 신비한 유전의 세계.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아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과 어디가 닮았는지 찾느라 분주하다. 때론 서로 닮았다는 사실에서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서로 닮지 않아 안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적 요소는 부모의 양육 태도나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부모의 말투나 행동을 곧잘 따라 하는데 이는 엄마, 아빠를 보고 배웠기 때문이다. 스펀지에 물 스미듯 부모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일이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박홍규 교수는 아이의 타고난 특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의 인류는 유전자 진화의 결과로 인해 서로 다른 사람끼리의 유전자 차이가 인종과 상관없이 0.1%에 불과합니다. 심각한 유전적 결함이 있는 유전자나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는 이미 퇴화해버렸기 때문이죠. 따라서 지금 남아 있는 유전자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소심한 기질의 아이는 외향적인 아이보다 꼼꼼한 일에 더 능숙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알레르기 체질이면 아이의 환경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아집니다. 아이의 키는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더 키울 수 있습니다. 내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타고난 기질 가운데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이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유전보다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외모의 유전
쌍꺼풀과 보조개 | 둘 다 우성인자로 엄마나 아빠 중에 쌍꺼풀이나 보조개가 있으면 아이도 쌍꺼풀이나 보조개가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부모 둘 다 있다고 해서 자녀에게 꼭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부모 모두 쌍꺼풀이나 보조개가 없더라도 내재된 유전자에 의해 쌍꺼풀이나 보조개가 나타나기도 한다.
피부 | 피부를 짙게 하는 것은 멜라닌이라는 갈색 색소를 만드는 유전자다. 이는 검은 피부일수록 우성형질을 띤다. 따라서 부모 중 한쪽의 피부색이 검다면 아이 역시 검은 피부를 가질 확률이 높다.
머리카락 | 곱슬머리와 직모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곱슬머리가 되는데, 직모에 비해 곱슬머리가 우성이기 때문이다. 대머리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대머리인 경우 아들 역시 대머리가 될 확률은 50% 정도. 또 엄마의 유전자에 대머리 인자가 있다면 즉, 외할아버지나 외삼촌이 대머리라면 아이도 25%의 확률을 물려받는다. 단, 아빠가 대머리가 아니라면 아들이 대머리가 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노화의 일종인 흰머리는 유전적인 요인이 강한데,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새치가 있으면 아이에게 새치가 나타날 확률은 80% 정도다. 흰머리와 새치는 유전적 영향 외에도 스트레스와 두피 혈액순환, 건강 상태에 따라 나타나기도 한다.
키와 체형 | 아이의 키는 유전적 요소가 70~80% 정도로 부모의 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아이의 운동 습관이나 식습관에 따라서 타고난 키보다 더 크기도 하고 더 작아지기도 한다. 비만 체질도 유전적인 영향이 크다. 아이가 비만이 될 확률은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는 80%, 부모가 모두 마른 경우는 9%다.

기질의 유전
성격 | 일반적으로 성격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많은 과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한다. 유전적으로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자마자 다른 가정으로 입양돼 자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좋은 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서로 접촉하지 않고 다른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이나 취미 등이 유사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능 | 아이의 지능은 엄마와 아빠에게서 각각 30% 유전된다. 따라서 부모의 머리가 좋다면 아이도 머리가 좋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부모가 모두 그리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도 환경의 영향이 40%나 차지하고, 서로 다른 유전자가 만나 조합됐을 때 좋은 결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므로 아이의 지능이 높을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
주량 | 부모 중 한 명이 술을 잘 마신다면 아이도 술을 잘 마실 확률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술을 잘 마시는 사람에게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어서 알코올이 두뇌의 행복 화학물질 수치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물론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음주 습관을 보고 배우기 때문에 지나치게 술을 자주 마시는 모습은 피하도록 한다.
왼손잡이 | 왼손잡이를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어떻게 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왼손잡이는 유전으로 뇌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오른손잡이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건강의 유전
비염과 중이염 | 아이가 비염이나 중이염을 자주 앓는다면 엄마나 아빠도 어렸을 때 같은 증상을 자주 않았을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질병보다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양이나 위생 상태 같은 환경의 영향도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아토피와 알레르기 | 아토피와 알레르기피부염은 유전성이 강한 질환이다. 부모 모두가 알레르기 체질이면 60% 아이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부모에게 알레르기가 없더라도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환경이나 식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시력 | 부모가 심한 근시나 원시, 난시가 있다면 자녀도 이런 굴절이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색맹과 사시는 유전되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하지만 요즘은 장시간 TV 시청과 컴퓨터 사용, 좋지 않은 자세로 책 보기 등 환경적인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치아 | 치아의 강도나 치아 사이의 거리, 잇몸의 상태, 충치 저향력 등 치아 건강은 유전적인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후천적인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부모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다면 아이에게 건강한 양치질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우월한 유전자와 좋은 환경, 뭐가 더 중요할까?
아이가 예쁜 짓을 할 때면 더없이 사랑스럽다가도 간혹 미운 행동을 하면 누굴 닮아 저러나 싶다. 부모는 좋은 점만 닮고 나쁜 점은 안 닮기를 바라지만 그것은 욕심일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타고난 특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토피나 알레르기도 부모 체질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부모에게 알레르기가 없더라도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돼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부모 모두 알레르기 체질이라도 식습관과 환경을 개선하면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아이의 키 역시 유전적 영향을 많이 받지만 성장기의 영양 상태나 운동량, 생활 습관 등 후천적인 영향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운동신경도 마찬가지다. 운동신경이란 뇌에서 보내는 운동 지
령을 몸에서 빠르게 반응하는 것인데, 이는 유아기의 협응력 발달을 통해 얼마든지 발달시킬 수 있다.
박홍규 교수는 “소심한 기질의 아이에게 외향적인 성격을 강요하거나 공격적인 기질의 아이에게 참을성을 길러주지 않고 방치한다면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성격의 잠재적 소질이기 때문에 타고난 기질 가운데 필요한 능력을 키워주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능력을 발휘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라
고 말한다.

엄마가 알아야 할 유전 상식
모유량 | 가슴의 모양과 크기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모유는 아이가 젖을 빨 때 엄마의 뇌에서 분비되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자주 수유하고, 아이가 편안하게 젖을 먹을 수 있도록 자세를 취하는 것이 모유량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난산 | 아이의 크기와 자궁의 수축 능력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분만은 유전보다는 임신부의 건강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친정어머니가 난산으로 아이를 낳았더라도 산전 관리만 잘하면 순산할 수 있다.
입덧 | 흔히 어머니가 입덧이 심하면 딸도 입덧이 심하다고 한다. 입덧은 초산이거나 다태임신의 경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유전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쌍둥이 임신 | 쌍둥이가 있는 집안에는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아직까지 쌍둥이 임신과 관련된 유전인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키가 큰 여성이나 고령 산모일 경우에 쌍둥이 임신 확률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고 한다.

소아청소년과 박홍규 교슈가 알려주는
알면 알수록 신비한 유전 궁금증

Q. 우성유전자가 열성유전자보다 우월한가요?
A. 엄마와 아빠에게는 한 쌍의 유전자가 있는데 아이에게는 한 개씩만 전해져 다시 한 쌍을 이룹니다. 우성유전자는 엄마나 아빠에게 하나의 형질만 있어도 유전되는 유전자이고 열성유전자는 엄마, 아빠 모두에게 있을 경우에 아이에게 전해지는 유전자입니다. 유전자는 몸 안의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우성은 우월한 것이고 열성은 열등한 성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선호하는 열성도 있고, 피하고 싶은 우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인이 가장 선호하는 미인의 조건인 금발과 푸른 눈은 갖고 싶은 열성이지만, 대머리나 주근깨는 피하고 싶은 우성입니다.

Q. DNA와 유전자는 어떻게 다를까요?
A. 인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는 모두 핵을 갖고 있고 핵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으며 염색체는 유전물질인 DNA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DNA는 30억 개의 코드로 이뤄져 있고, 이 가운데 1%인 3,000만개의 코드를 해독해 세포 안에서 약 3만 개의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이 단백질의 특성에 따라서 사람의 형질이 결정됩니다. 각각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코드 영역의 단위를 유전자라고 합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전체 DNA 유전 정보 안의 일정한 부분이 유전자입니다.

Q.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A. 인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세포는 모두 핵을 갖고 있고, 핵 안에는 23쌍의 염색체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22쌍의 염색체는 남자와 여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염색체고, 나머지 한 쌍이 XX인 경우에는 여성, XY인 경우에는 남성으로 결정됩니다. 결정적으로 Y염색체의 유무에 따라남자와 여자가 결정되는 것이죠.

Q. 유전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왜 생길까요?
A. 엄마와 아빠에게는 23개의 염색체가 한 쌍씩 있고, 30억 개의 유전코드가 들어 있습니다. 유전병은 엄마와 아빠에게 23개씩 물려받아야 할 염색체가 부족하게 전달되거나 30억 개의 유전 코드 일부에 다른 내용이 들어가거나 바뀌어서 생기기도 합니다. 출생 시 하는 대사이상 검사도 이러한 변이에 의해 생기는 유전 질환을 선별하기 위해서 시행
하는 검사죠. 신생아기에 우유를 잘 빨고 넘기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구토하거나 보채는 경우에는 대사이상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성장 및 발달 장애를 보이는 유전 질환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 검사로 이상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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