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거짓말 유형별 분석

조회 4718 | 2014-05-1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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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는 피노키오?
아이가 거짓말을 해서 걱정이라고 하면 ‘거짓말도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라는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데 작은 거짓말이라도 괜찮다고 넘기면 더 큰 거짓말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아이들은 왜 거짓을 말하는 걸까? 한두 번의 거짓말은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걸까?

피노키오는 목수인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이다. 슬픔도 기쁨도 모르는 나무 인형은 참과 거짓의 구분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노키오가 거짓을 말할 때마다 조금씩 늘어나는 코를 보며 참과 거짓을 구별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거짓말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달은 피노키오는 거짓말하지 않는 진짜 사람이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도 피노키오와 같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까?

거짓말의 시작은 만 3세부터!
아이들은 만 3세가 되면 거짓말을 시작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현실과 공상을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에 속이려는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판단이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국아동발달센터 한춘근 대표는 “만 3세를 지나 만 4~5세가 되면 좀 더 정교한 거짓말을 합니다. 만 3세 무렵의 거짓말과는 질적으로 달라지고 거짓말의 횟수도 늘어나며 속이려는 의도 또한 분명해지지요. 초등학교 시기에 접어들면 거짓말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나 상황에 따라 아이마다 거짓말의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시기라고 한다. 특히 자기 방어나 이익을 위해서 다양한 거짓말을 한다. 아이는 현실과 환상을 구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젖병을 엎지른 만 2세 아이에게 누가 그랬느냐고 물으면 ‘아빠가…’ ‘토끼가…’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있다. 한춘근 대표는 이런 경우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결국 만 3세의 거짓말은 다른 의미에서 보자면 사고 능력이 확장되었음을 뜻하는 겁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부인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아주 간단하고 이기적인 거짓말을 하지요. 게다가 거짓말이 곧 잘못이라는 인지를 못하기 때문에 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일 2세 아이가 인형의 팔을 부러뜨리고 “저절로 빠졌어”라는 거짓말을 했을 때 부모는 “인형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지?” 또는 “아, 인형 팔을 조금 세게 잡아당겨서 빠졌구나”라고 이야기해주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다.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게 하기 위해서 언쟁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가장 주의할 것은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되묻지 않는 것입니다. ‘네가 화병을 깨뜨렸지?’라는 질문 대신 ‘여기 화병이 깨졌네’라고 벌어진 현상을 얘기하는 거죠.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설명할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화를 내고 꾸짖으면 돌아오는 것은 아이의 반복되는 거짓말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거짓말
거짓말은 관계의 맥락에서 발생한다. 곧 상대방이 있어야 거짓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거짓말은 대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한 형태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거짓말도 대상에 따라 달라질까?

대상 부모 친구 선생님
이유 ․ 관심을 얻으려고
․ 꾸중이나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필요해서
․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 친구보다 더 잘하기 위해
․ 칭찬을 받으려고
․ 관심을 받으려고
․ 꾸중을 피하려고

아이 연령에 따라 거짓말 패턴이 다르다
만 3세, 꾸며낸 거짓말_ 제멋대로 꾸며낸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 뿔 달린 괴물, 공상 속의 제3의 물건이나 인물 등에 빗대어 하기 싫은 일이나 먹기 싫은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가 표현하는 것에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는 전체적인 시각으로 아이의 거짓말을 바라봐야 한다. 또 하나는 관심을 끌기 위한 거짓말이다. 다치지 않은 팔을 들어 아프다고 할 때는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는 것이 좋다.
만 4~5세,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거짓말_ 다른 사람에게 혜택을 주거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거짓말할 줄 안다. 사회적인 인식과 감수성이 충분히 발달했다는 증거다. 물론 때로는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또한 부모가 충분히 이해하고 용서할 만한 여러 상황에서도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거짓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다그치는 것보다 ‘네가 거짓말한 것을 다 알고 있어’ 정도로 인식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 6세,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거짓말_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어른만큼이나 다양해진다. 따라서 거짓말을 했을 때는 단호하게 야단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구의 물건을 훔친 다음 “친구가 줬어”라고 말한다면 이미 훔치는 행동이 잘못임을 알고 있다는 뜻으로 혼나는 것이 무서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따라서 훔치는 행동은 잘못임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친구가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야. 그러니 다시 돌려주고 오자”고 말한 뒤에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춘근 원장에 따르면 학령 전기의 아이는 흑백논리를 가지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착한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자신의 나쁜 행동을 아예 없었던 일로 부정해야 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고 조언한다.
만 7~8세, 거짓말의 의미와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를 이해하는 시기_ 거짓말의 진짜 의미와 거짓말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 결과를 이해한다. 즉, 가끔은 부모를 속일 수 있지만 잦은 거짓말은 부모가 자신을 못 믿게 하여 손해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 7~8세 이후의 거짓말이 진정한 의미의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Tip 아이의 거짓말에 대응하는 부모의 자세
만 3세․ 거짓말에 대해 직접적으로 되묻지 않고 현상만 얘기한다.
만 3~4세․ 사람들과 현실적인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 4~5세․ 거짓말한 사실을 인식시키는 정도로 충분하다.
만 6세․ 거짓말이 잘못된 행동임을 분명히 인식시키고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만 7~8세․ 거짓말의 부정적인 결과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확인한다.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는?
천사 같은 아이가 입을 열어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면 웃고 넘겨야 할까, 그 자리에서 바로잡아야 할까? 처음인데 한 번은 그냥 넘어가지 싶다가도 바늘 도둑이 괜히 소도둑 될까 싶어 큰소리를 낸다. 아이의 거짓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흥분하지 말고 침착한 태도를 먼저 취한다_ 소리 지르거나 화부터 내는 것은 아이가 진실을 고백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엄마는 죄와 벌이 있고 없고를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보호자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나쁜 게 아니라 거짓말하는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짚어준다_ 중요한 것은 거짓말한 행동이지 아이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아이에게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그 상황에서 옳은 말과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행동을 칭찬한다_ 평소 아이 스스로 실수를 인정하고 솔직하게 얘기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정서적으로 안정된 성장 과정을 거친 아이는 진실하고 도덕적인 것이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의심스러운데 증거가 없다면 아이의 말을 믿는다_ 구체적인 증거 없이 아이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증거나 확신이 없다면 아이의 거짓말이 의심스럽더라도 일단 믿어주는 것이 좋다. 반대로 아이의 거짓말이 들통 났다면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지 물어본 뒤에 스스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이의 거짓말은 새로운 것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다_ 아이의 거짓말을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를 먼저 바꿔야 한다. 아이의 거짓말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 아이가 모르고 있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춘근 대표는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여러 방법으로도 아이의 거짓말이 줄어들지 않거나 정도가 심해진다면 어떤 이유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나은 방법입니다.”   

화를 내기 전에 거짓말의 원인부터 찾아야
부모 입장에서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되면 앞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먼저 다그치고 화부터 내게 된다. 한춘근 대표는 화를 내기 전에 왜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거짓말에는 분명 이유가 있게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이유를 묻지도 않고 무작정 잘못했다고 화를 내고 벌을 주면 그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합니다. 화내고 큰소리치기 전에 왜 그랬을까 물음표를 그리는 단계가 필요하지요.”
아이가 하는 한두 번의 거짓말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습관적인 거짓말이나 학교, 집, 친구 등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는 거짓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두 번의 거짓말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모르는 척 덮어두거나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짚어주기 전에 스스로 거짓이라는 잘못된 행동과 말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자는 의미이지요. 아울러 작은 거짓말을 더 큰 거짓말이나 잘못된 행동으로 덮으려 하는지 아이의 행동을 면밀히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거짓말 상황별 부모의 현명한 대응
혼나는 것이 두렵다 ⇒ 아이의 감정이 드러나도록 귀를 기울인다
누구나 칭찬은 달콤하고 비난은 불편하다고 느낀다. 아이 또한 혼나는 것이 싫고 거짓말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일 아이가 정직하기를 바란다면 아이가 긍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든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든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여 먼저 들어야 한다.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이 건강하다는 의미. 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마, 아빠도 거짓말 하는데요 ⇒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이유를 설명한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부모가 거짓말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아이는 ‘거짓말해도 괜찮구나’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뭔가 사달라고 조르면 ‘내일 사줄게’ ‘시험 잘 보면 사줄게’라고 그 상황을 넘기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는 받기 싫은 전화가 왔을 때 ‘엄마 바쁘다고 해’라며 아이에게 거짓말을 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아이가 거짓말을 배우게 하기도 한다.
또 다른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으려 할때 ⇒ 담담하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한다
무심코 한 거짓말 때문에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아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얼마나 거짓말을 하는지 보겠다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계속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런 경우에는 질문을 던지지 말고 “네가 이러저러하구나. 다음엔 조심하자”고 먼저 얘기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 아이의 욕구를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어제 엄마랑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우리 집에는 더 큰 강아지가 있어” 등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며 다그치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게 됐는지 먼저 알아보고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결국 아이의 거짓말은 채우지 못한 욕구불만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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