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 되는 법 가르쳐요

조회 2198 | 2014-07-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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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父)를 배우면, 가정이 행복”
‘아버지’라는 타이틀만 달면 대접받는 시대는 지났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경제활동을 하지만 아내에게 눈치 받고, 아이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왕따’ 아빠들이 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아빠들이 팔을 걷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아빠들을 위한 가정 문화 프로그램, ‘아버지 학교’의 붐이 이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찾는 ‘아버지 학교’
아버지의 부재(不在)가 늘고 있고 있는 요즘이다. ‘아버지’가 없다는 의미의 부재가 아니라 ‘아버지의 권위와 힘’이 상실되고 있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치열한 직장 생활에서 과로와 스트레스, 실업의 두려움을 이겨가며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아버지의 권위와 힘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 이 시대의 아빠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버지의 물리적 부재와 심리적 부재 또한 아빠가 가족에게 외면을 받게 만드는 원인이다. 육아와 가사에 지친 아내에게 눈치 받고, 아빠와 아이 사이의 대화 단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터. 심지어 아이가 커갈수록 아빠는 ‘돈 벌어오는 기계’라고 생각한다는 신문, 잡지 기사 내용들은 아빠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이런 현실 속에 ‘아버지 학교’나 ‘아버지 교실’ ‘아버지 모임’을 찾는 아빠들이 해가 갈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교육지원팀의 정주희 팀장은 “과거에는 가사와 양육을 전적으로 아내에게 맡기고 가족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돈을 버는 것이 아버지 역할이라는 의식이 팽배했어요. 하지만 최근 유아기 자녀를 둔 젊은 아빠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돈을 버는 것보다 자녀가 어릴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의 성장 과정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아요.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아이와 어떤 활동을 해야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버지 학교, 또는 아버지 교실 등을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의, 활동 등으로 배우는 좋은 아버지 되는 방법
아버지 학교나 아버지 교실은 대개 강의와 활동을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찾아가는 아버지 교실’은 어린이집이나 학교로 찾아가는 토요일 교육과 공공 기관으로 찾아가는 평일 교육으로 이원화해 진행된다.
“토요 교육은 강의와 자녀 동반 활동 프로그램으로 구성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학부모 중 아버지들만 대상으로 가정에서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이나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양립하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해 먼저 강의하지요. 그런 다음 아이와 아빠가 함께하는 신체놀이 활동이나 케이크, 초콜릿, 가족 액자 만들기 등 자녀를 동반한 활동 프로그램으로 진행합니다.”
평일 기업이나 공공 기관의 기혼 남성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아버지 교실은 자녀와 관계 증진을 위한 아버지 역할, 부부 관계 향상을 위한 남편의 역할, 아버지가 가정의 중심으로서 일과 가정 간의 역할에서 균형 잡힌 생활이 개인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등에 대한 내용의 강의를 60~90분에 걸쳐 진행한다. 또한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시간 중에 아내나 자녀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 또는 편지 쓰기 등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 표현법을 실습하는 시간을 갖는다.
온라인 전문 교육기관 휴넷에서 진행하는 ‘아버지 학교’는 100% 온라인 교육으로 자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은 무엇인지 ‘학습-실습-실천-성찰’ 4단계를 통해 아빠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단계마다 ‘아버지’란 ‘애정 표현하기’ ‘문자 보내기’ 등 과제를 수행하며 겪은 변화를 수강생끼리 나눈다. 온라인 교육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강의를 구성했다. 전문 상담사를 통한 전문 온라인 코칭도 이뤄진다.

아빠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
아버지 학교나 아버지 교실에서 이끌어내고자 하는 아빠의 변화는 일과 더불어 좋은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아빠가 가족 사이에서 좌절과 외로움을 경험하는 이유는 ‘아버지 역할’에 대해 힘들어하고 서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아빠들은 집안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권위적인 아버지, 바깥일에만 온통 신경 쓰는 아버지, 남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족에게는 엄격하고 체면을 중시하는 아버지만 보아왔기 때문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어도 그 방법을 몰라 ‘불량 아버지’가 된다는 것. 또한 급변하는 사회 변화와 개인주의의 문화 확산, 성 역할 개념의 변화 역시 가부장적 가족 문화 붕괴를 초래해 가족과 아버지의 역할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들을 외면한 채 살지 않도록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아빠가 간과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고 토로하며 아빠들은 자녀 교육의 책임을 온통 엄마에게만 전가시키곤 한다. 하지만 일에만 매달려 소중한 아이를 자꾸 외면하는 사이 어느새 아이는 훌쩍 커버리고 더 이상 아버지로서 자리는 없어진다. 따라서 ‘일주일에 하루는 반드시 정시에 퇴근해 아이와 시간 보내기’ 등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어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빠가 변해야 가정이 행복해진다’는 인식 아래 아버지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울러 가부장적인 모습보다는 가족이 아빠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세심한 관심을 가지며, 아이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유·아동기 때 정서적·심리적 친밀감 형성해야
정주의 팀장은 특히 유·아동기 때의 아버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아동기 때 시간을 함께 보내고 관심을 갖는 아빠가 나이 들어 가정의 중심이 되는 존경받는 아빠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유·아동기 때 아빠의 적극적인 관심은 아이가 올바른 ‘성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존감’과 건전한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후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적어지고 중재자의 역할만 하게 되지요. 유아기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아버지 역할은 아이의 신체적·정신적·정서적 변화의 현장을 함께 지켜보도록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에요. 아버지 교실에서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이의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신체놀이 활동이나 자녀와 대화하는 올바른 방법,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적절하게 훈육하는 법, 아내와 일관적인 양육관 정립하기 등을 알려주고 가정에서 실천하도록 도와줍니다.”
교육 받은 내용의 모든 것을 아빠가 이후에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해도 괜찮으며, 하루 5분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과 잘 놀아만 줘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정주의 팀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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