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내 아이
부모에게는 어떤 아이든 다 소중하다. 배 속에 열 달을 품은 아이, 나와 외모, 성격이 꼭 닮은 자녀에게 무한한 애정을 갖는 것은 세상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 하지만 우열과 깊이를 가릴 수는 없어도 더 유별난 사랑은 존재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늦둥이를 얻은 부모들이 그렇다. 늦둥이 현명하게 키우는 육아법 공개.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환경오염이나 각박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임신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면서 늦둥이를 키우는 부모가 늘고 있다. 단순히 늦은 결혼이 늦은 임신으로 이어져 자연스레 아이를 늦게 낳는 경우와 적게는 4~5년에서 많게는 10년을 훌쩍 넘어서까지 아이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 난임 부모 등 늦둥이 육아의 유형은 다양하다. 이들 부모의 공통점이 있다면 늦둥이를 향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늦게 본 소중한 아이인 만큼 바르게 키우기보다는 무조건 오냐오냐하며 품 안으로 감싸 안기 십상. 귀한 아이일수록 현명한 육아 원칙과 철학으로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하다.
원광아동상담연구소 이지선 부소장은 “늦둥이를 둔 부모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고 늦둥이 자체가 특정 문제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에요. 늦둥이만을 위한 특별한 육아법보다는 일반적이고 단순한 진리를 잊지 않는 게 중요해요. 다만 늦둥이를 둔 부모는 늦둥이 육아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좋은 면은 지켜나가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 특히 요즘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저절로 친구가 되지 않거든요. 또래 아이를 둔 부모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이러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좋아요. 아이가 가정 내에서는 늦둥이일지 모르지만 사회적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해요. 또래의 발달 연령에 맞추어 비교해보고 부모와 아이가 지속적으로 함께 성장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라고 설명했다.
<늦둥이를 둔 부모의 대표적인 성향>
맹목적인 애정을 주는 부모 유형
아이가 뭘 해도 예쁘고 귀엽게만 보여 응석이든 짜증이든 마냥 받아주는 것이 상당수 늦둥이 부모의 유형이다. 부모이기보다는 조부모처럼 늘 온화하고 다감한 태도를 보이며 아이의 문제 행동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훈육할 때도 아이가 울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행동을 보이면 금세 마음이 약해져 달래거나 감싸는 모습을 보인다. 물건이나 음식 등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사주려고 한다.
전전긍긍 불안한 부모 유형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다른 젊은 부모들보다 더욱 완벽하게 육아를 해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과 그만큼 만회를 해야겠다는 걱정이 불안으로 표출되는 것. 이러한 부모 유형은 아이를 지나치게 과잉보호하고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고민을 끊임없이 한다. 차 조심, 위생 관리 등 위험 상황에 민감하고 실제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지 않음에도 주변으로부터 조언을 얻고자 하는 성향을 보인다.
원칙을 고수하는 엄격한 부모 유형
아이의 말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는 맹목형 부모와는 반대로 아이에게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욱 엄격한 규칙을 강요한다. 아이가 늦둥이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꺼린다. 아이가 제 나이보다 어른스럽게 행동하길 기대한다. 자신의 판단이나 원칙이 확실한 반면 그 생각이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타인의 조언을 잘 듣지 않는다.
<늦둥이의 문제 행동에 따른 대처법>
고집 세고 버릇없는 아이
흔히 늦둥이는 응석받이일 거라는 것이 일반적인 편견 중 하나다. 늦둥이가 떼쓰고 응석을 부리는 아이가 되는 이유는 부모에게 있다. 아이가 버릇이 없거나 잘못된 행동을 해도 사랑스럽게만 보는 부모의 태도가 아이의 균형 잡힌 인격 형성을 방해한다. 아이가 잘한 행동에는 부족함 없이 칭찬을 하되 잘못을 했을 때는 그 행동이 옳지 못한 것임을 스스로 인지하도록 돕는다. 이때 인형 등을 활용한 역할극 놀이를 하면 효과적이다. 단,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의 눈으로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아이들은 몰라서 또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
원하는 것을 부족함 없이 다 주려고 하다 보면 아이가 인내심, 나누는 정을 키우기 어렵다. 참을성이 부족하면 쉽게 포기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진다. 어렸을 때부터 결핍감이 지나치게 적으면 의존적이고 이기적인 아이가 되기도 한다. 아이에게 특정 시간을 앉아 있게 하거나 무언가를 즉각적으로 들어주지 않고 약속한 시점까지 기다리게 하는 등 욕구를 지연시키는 연습을 시키면 좋다.
나이보다 어리게 행동하는 아이
늦둥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를 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려는 경향이 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기로 여기다 보니 뭐든지 도와주려고 한다. 형제가 있는 경우에도 이들의 관계를 대등하게 보지 않는다. 이러한 부모의 성향은 아이의 퇴행적인 행동을 부른다. 갓난아이처럼 칭얼대거나 부모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가정 내에서 늦둥이라고 해서 사회적으로도 그런 것은 아니다. 이웃이나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의 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와 서적, 인터넷 정보 등을 활용해 아이의 성장 발달에 따른 양육을 할 필요가 있다.
<늦둥이와 부모 간 세대 차이 어떻게 극복할까?>
늦둥이를 둔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가 아이와의 세대 차이이다. 아무리 애정과 관심을 듬뿍 준다고 해도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아이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싶다면 먼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인다. 부모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보다 아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듣다 보면 아이와의 상호작용이 훨씬 수월해진다. 만화나 캐릭터, 놀이 등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부분에 참여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엄마, 아빠와 같이하는 경험을 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다.
아이가 좋아하는 놀이를 함께하는 것도 좋다. 자전거를 타거나 놀이터에 가기, 비눗방울 놀이나 종이접기 등 보편적인 놀이라도 무방하다. 특별한 것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일상에서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놀이를 찾는다. 주말에는 공연 나들이나 캠핑 등 트렌디한 문화생활을 하면 아이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또래 아이를 둔 부모들과의 커뮤니티를 통해 요즘 유행하는 놀이나 교육 방법 등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거창한 것보다는 이런 소소한 부분들이 아이와의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비결.
<늦둥이를 키울 때 알아두면 좋은 수칙>
부모의 양육 태도를 먼저 점검한다
늦둥이는 문제아가 아니다. 단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부모의 나이가 많은 것뿐이다. 따라서 아이의 문제 행동을 대할 때도 일반적인 경우와 특별히 달리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성격이나 행동은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마련. 부모 자신의 개인적인 성향과 성장 배경을 파악하고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먼저 살피면 좀 더 객관적인 양육이 가능하다.
조금은 부족한 환경을 만든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온 세상을 아이에게 몽땅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지나치게 풍족한 환경을 만들지 않는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이루어나가는 독립심과 적극적인 삶의 자세는 적당한 결핍감에서 비롯된다. 원하는 것을 스스로 얻고자 하는 힘을 키우도록 하고 싶다면 아이에게 그만큼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 좋다.
일관성 있게 야단치고 칭찬한다
사전에 약속한 규칙을 일관성 있게 지켜주어야 아이가 안정감을 느낀다. 특히 훈육할 때는 부모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한다. 감정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약속과 어긋난 일을 했을 때 지적하는 것이 아이가 받아들이기 쉽다. 칭찬할 때도 마찬가지로 일관성을 유지하되 풍부한 표현을 해주면 좋다.
아이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늦둥이를 둔 부모들이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늦둥이를 영원한 아기로 본다는 것. 무조건 어리게만 볼 것이 아니라 세 살이면 세 살에 알맞고, 다섯 살이면 다섯 살에 알맞은 성장 과정을 따르는 것이 좋다. 더욱이 어린아이일수록 자신의 나이를 고려한 발달과 자극이 필요하다.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데 부모의 시선은 아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올바른 양육이 어렵다. 아이 나이에 따른 부모의 변화가 필요하다.
충분히 함께 놀아주고 소통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애착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쁘더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 틈을 내서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갖는다. 자연스레 살을 맞대는 몸 놀이를 자주 함께하면 더욱 좋다. 책을 읽어주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