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엄마의 자궁 안 양수 속에서 약 280일간 지내는 까닭에 따뜻한 물속을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고 한다. 양수는 단순히 자궁을 채우는 물이 아닌 태아가 배 속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성장하며 발육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물질이다. 태아의 몸과 엄마의 배 속을 순환하며 아기에게 요람과 같은 역할을 하는 양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태아가 마시는 물, 양수
양수는 양막 안에 존재하는 맑은 물로 임신 초기에는 엄마의 혈장에서 생성된 물질이 양막을 통해 이동하는 분비액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다 임신 12주 이후부터는 태아의 소변과 태아가 양수를 삼키는 일이 양수 구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양수는 태아의 폐로 흡입되어 폐의 성숙을 촉진시키고, 위 장관으로 흡입되어 우리가 물을 마신 것처럼 소변으로 배출돼 다시 양수가 된다. 즉, 태아의 소변이 양수의 주요 공급원이 되는 것. 이 때문에 임신 20주 이후에는 태아의 소변이 양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양수는 생리식염수와 비슷한 무색의 맑은 액체로 임신이 진행되면서 소변 외에 태아의 피부에서 박리되는 태아세포, 태아의 몸을 덮고 있는 물질인 태지, 배냇솜털과 태아가 생성하는 여러 물질들이 포함된다. 또 약알칼리성 액체로 알부민, 레시틴, 빌리루빈 등의 물질도 포함되어 태아의 성장을 돕는다.
양수의 양은 임신이 진행되면서 점점 늘어난다. 특히 임신 중반기 이후에는 태아의 성장은 물론 양수의 양도 증가하여 정상적인 경우 배도 커진다. 대개 임신 초기부터 임신 34주 때까지 증가하는데, 임신 8주부터는 일주일에 약 10㎖씩, 21주쯤부터는 일주일에 약 60㎖씩 증가하다가 임신 34~36주에는 1,000㎖에 이를 정도로 최고치를 보인다. 그러다가 출산이 가까워지면 다시 약 800㎖로 줄어든다.
한편 양수는 태아의 건강을 측정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태아의 건강검사 중 중요한 항목이 양수의 양을 가늠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산부인과 김의혁 교수는 “우리 몸이 좋지 않으면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것처럼 태아도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태아의 체중이 적으면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양이 적어 양수량이 감소합니다. 또 당뇨병 환자들이 소변이 많이 나오듯 엄마가 당뇨병이 있으면 태아도 당뇨병의 영향을 받아 소변이 많이 발생하여 양수량이 많아집니다”라고 설명한다.
태아를 위한 양수의 역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 양수는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일종의 쿠션 역할을 하여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태아를 보호한다. 따라서 임신부가 배를 세게 눌리거나 부딪히는 등의 충격을 받아도 중간에서 양수가 완충 작용을 하여 태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태아가 엄마 배 속에서 편안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한편 양수를 덮고 있는 양막은 외부로부터 균의 침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약 양막이 균열되어 양수가 새면 그 통로로 균이 양수로 침입하여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태아의 성장?발육을 돕는다 | 태아는 엄마 배 속에서 팔다리를 움직이고 몸의 방향을 트는 등의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는 양수 속에 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를 통해 태아의 근육과 골격이 발달한다. 또 양수 생활을 통해 폐가 발육하고 성장해서 태어났을 때 스스로 호흡할 수 있다. 따라서 양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태아 몸에 변형이 생기거나 신체 일부가 유착될 수 있다. 또 양수는 외부의 압력 충격을 골고루 분산시켜 배 속의 압력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주기 때문에 균형 있는 성장 발달을 가능하게 한다.
체온 유지 역할을 한다 | 양수는 자궁 안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태아의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는 양수가 환경의 변화에도 쉽게 온도가 변하지 않는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 따라서 자궁을 채우는 물인 양수는 태아의 체온 유지에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태아의 건강 정보를 알려준다 | 양수에는 태아의 세포 중 일부가 떨어져 나와 섞여 있기 때문에 양수를 뽑아서 검사하면 태아의 폐 성숙도와 건강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산전검사에 유용하게 이용된다. 선천성 이상, 태아의 기형 여부, 염색체 이상 등도 알아볼 수 있다.
분만 시 윤활유 역할을 한다 | 분만할 때 양수는 아기가 나오기 전에 먼저 나와 자궁 입구를 열어준다. 또 태아가 엄마 몸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태반이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역할도 하고, 진통할 때 탯줄과 태반, 그리고 태아에게 압박을 주지 않도록 한다. 아울러 양수는 태아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산도를 촉촉하게 적셔준다. 만약 진통이 오기 전에 미리 양막이 터져서 양수가 빠져나가면 분만이 지연되고 자연분만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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