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10&artid=12708
사랑스럽기만 했던 우리 아이가 언제부턴가 매사에 고집을 피우며 ‘떼쓰기 대장’이 되었다면? 선배 엄마들에게서 아이의 떼쓰는 버릇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을 들을 때만 해도 ‘우리 아이는 설마 그러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떼쟁이’가 되어가는 아이를 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떼쓰는 아이를 올바르게 달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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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기는 일종의 통과의례
자기주장과 관심 끌기의 표현
아이들은 대개 24개월 즈음 해서 떼를 쓰기 시작한다. 이 시기를 제1 반항기라고 부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운 네 살’이 바로 이 때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 말을 잘 듣던 아이들이 왜 갑자기 떼를 쓰게 되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라 독립성이 나타나는 시기를 겪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대부분 자신을 보살펴주는 부모나 양육자의 의견을 따라가지만, 24개월 즈음이 되면 자신의 독자적인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따라서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은 점차 독립적인 아이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욕구 불만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부모가 들어주지 않을 때 아이는 곧바로 떼를 써서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 이렇게 떼를 썼을 때 부모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아이는 계속적으로 떼를 써 욕구 불만을 해소하려 한다.
떼쓰기를 자기주장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아직까지 언어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떼쓰기라는 강력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자신의 주장하는 바를 부모에게 전달한다. ‘아니’ 혹은 ‘싫어’의 표현을 보다 더 강력하게 하는 것이 떼쓰기라고 볼 수 있겠다.
한편, 주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떼를 쓰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대개 부모가 와서 말을 건네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혹은 다른 어른들에게도 떼쓰는 모습을 보이면 상대방 어른이 당황하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거나 문제를 해결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떼쓰기를 자신의 주변에 있는 어른들의 관심을 끄는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한다.
아이들이 떼를 쓰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온몸을 마구 움직이며 떼를 쓰는 것부터 숨을 제대로 쉬지 않는 아이도 있다. 특히 아이가 울면서 화를 내고 극도의 흥분 상태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를 ‘분노발작’이라고 부른다. 목이 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지르는 아이도 있고, 머리를 바닥에 쿵쿵 박거나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는 자해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 부모들은 당황하고 걱정하게 된다. ‘이러다 아이가 정말 크게 다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무조건 아이의 요구를 수용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일시적으로 아이의 떼쓰기를 멈추게 할 수 있지만, 떼쓰기의 결과를 경험한 아이들은 계속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더 심하게 행동할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이 떼를 쓰다가 스스로 다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에 날카로운 물건이 있어 실수로 다치지 않는 이상, 부모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고집의 원인을 찾아내서
상황에 따라 단호히 대처·적절한 훈육
그렇다면 아이들이 무작정 떼를 쓸 때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아이가 고집을 부리는 이유부터 파악해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떼를 쓰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어른들이 그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가 이유 없이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실제 이유가 없는 경우는 없다. 아이의 최근 행동을 짚어보며 떼쓰는 이유를 파악해보고 가능성 있는 가정을 세운 다음 아이에게 물어보도록 한다.
다음으로는 ‘들어줄지, 말지’를 판단하도록 한다. 만약 아이의 떼쓰는 이유가 타당하다면 즉시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에게 빨간색 옷을 입히려고 하는데 아이가 파란색 옷을 입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고 치자. 어떤 색깔의 옷을 입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므로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고 빨리 상황을 종결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의 고집을 꺾어야 앞으로 다른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의 주장을 무시하고 끝까지 들어주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떼쓰기는 상당 시간 지속될 것이다.
반대로 아이가 아무리 떼를 써도 절대로 들어주지 않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뜻대로 했을 때 위험한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겠다고 우긴다면, 어떤 행동을 보이더라도 들어줘서는 안 된다. 일단,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했으면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다. 아이가 아무리 소리를 치며 불러도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이상 떼쓰기를 할 필요성을 잃어버린다. 간혹 어떤 아이들은 엄마를 따라다니며 계속 떼쓰기를 하거나 심한 경우 엄마에게 물건을 집어던지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는데 이를 잘 조절하도록 한다.
때로는 신체적 제압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아이가 극도로 흥분해 공격적인 행동까지 보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단, 신체적 제압이라고 해서 결코 아이를 심하게 때리거나 체벌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의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끔 하는 것인데 엄마가 아이의 몸을 감싸 안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이 때 아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엄한 표정을 짓는 것이 좋다. 그러나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함께 흥분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를 더욱 자극하기 때문에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하고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방법은 ‘엄마가 나보다 크고 힘이 세다’는 것을 아이에게 인식시켜줌과 동시에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결국 소용없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아이가 떼쓰기를 멈추면 신체적 제압을 풀어준다.
아이가 떼쓰는 것을 멈춘 뒤에는 적절한 훈육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네가 이렇게 행동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점은 잘못한 것이다’라는 점을 반드시 알게 해준다. 아이가 한창 떼를 쓰고 있을 때 이러한 말은 소용이 없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잔뜩 화가 난 상태라 엄마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고, 엄마 입장에서도 흥분해 소리를 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적절한 훈육이 필요하고, 이는 아이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후 엄마가 차분하게 일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 시절, 아이들이 떼를 쓰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적인 습관으로 굳어져 유치원이나 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자신의 욕구나 주장을 떼쓰기를 통해서 관철시키려고 한다면 이는 분명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가 단순히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이 저하되거나 혹은 충동적인 성향으로 발전하는 것 같다면 반드시 소아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 심리 & 행동 발달 전문가가 엄마들의 고민과 함께합니다”
▶손석한 선생님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생방송 세상의 아침’,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긴급출동 SOS’, EBS ‘육아일기’, HCN(서초`?동작`?관악 케이블) ‘손석한 박사의 빛나는 아이 만들기’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의 자문을 맡거나 고정 출연하며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나는 아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