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존중하기

조회 2264 | 2010-06-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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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즘 엄마들을 보면 하나같이 아이를 지나칠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런데 그 열정이 과하다 싶다. 아이를 위한다며 플랜을 짜고, 그 플랜에 따라 아이의 생활을 컨트롤한다. 얼마 전에는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매일같이 학원을 다니느라 잠이 부족한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아이 입에서 '잠 좀 실컷 자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라는 끔찍한 말이 흘러나왔다. 더 놀라운 건 아이 엄마는 아이가 학원 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아이가 목이 마를 때 스스로 물가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게 아이를 위하는 것인데 왜 우리는 그 단순한 진리를 모를까.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보다 세상을 넓게 보는 법을 익히는 게 먼저다. 부모는 아이의 몸만 낳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 속에 열정도 심어줘야 하고, 세상을 넓게 보는 안경도 선물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해결해주지 말고 도움만 줘라


아 이가 힘들어할 때,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이를 이 어려움에서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다. 하지만 현명한 부모는 해결해주는 대신 아이가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우선 아이가 힘들어할 때는 아이 편에 서서 "그래, 이러저러해서 힘들겠구나"라고 말하며 마음을 보듬어주자. 아이는 자신이 닥친 힘든 상황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받는 순간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 감정을 위로받으면 아이 스스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고 혼자서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때 엄마는 곁에서 믿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좌절도 하고 시행착오도 감수해야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는 능력을 지녔다.

즐길 줄 아는 감성을 키워줘라

아 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엄마들끼리 "체르니 몇 번 쳐?" 하는 대화를 나눈다. 예능 교육은 삶을 풍요롭게 해줄 평생 친구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지, 진도에 급급해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진도를 걱정하는 엄마의 모습에는 내 아이가 뒤처지진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담겨 있다. 엄마의 조바심 때문에 학습한 아이는 결국 성인이 되면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고 만다. 자기에게 맞는 악기를 찾는 것, 그 악기를 연주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진짜 사랑이다.

플랜과 단계에 집착하지 마라

우 리나라 엄마들은 유난히 플랜과 단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플랜을 짜고 머릿속에 로드맵을 그린 후 한 치의 오차 없이 그 틀을 향에 아이를 밀어넣는 데 일가견이 있다. 계획을 세우기 전 먼저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있으며 아이의 능력이 어느 정도이냐'인데 정작 이 부분은 잊어버리는 것 같다. 과연 플랜 속에 아이의 의견은 들어 있는가? 바람직한 자녀 훈육법으로 잘 알려진 유대인 부모들 역시 아이를 위해 플랜을 세운다. 하지만 전적으로 아이의 의견에 따라 목표를 세운다는 점이 우리나라 엄마들과 확연히 다르다. 아이의 장래를 계획하는 데 부모의 바람이나 기대를 드러내는 법이 절대 없으며,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아이가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 전에는 어떠한 사교육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다른 건 몰라도 태권도는 할 줄 알아야지', '여자아이니까 발레는 해야 체형이 예뻐져'하는 생각은 있을 수 없다. 아이가 행복해지는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는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자녀교육의 원칙이다.

비싼 영어 연수 대신 지금 당장 아이와 여행을 떠나라

미 래를 위해서라며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조기유학 보내는 부모가 참 많다. 조금이라도 해외 경험을 빨리 하고 더 많은 나라에 가보는 것이 또래보다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앵무새처럼 영어만 잘하거나 비싼 돈 들여 해외여행을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일까. 여권에 도장 찍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문화를 편견 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각을 갖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여행, 영어유치원에 등록하기보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게 먼저다. 평소 엄마가 신문을 보고, 라디오 듣는 모습을 보여주자. 책을 많이 읽고 대화를 많이 나누는 습관을 들이자. 굳이 멀리 여행 갈 것 없이 집 근처 공원에 나가 널려 있는 나뭇잎과 돌멩이로 상상 놀이도 하고 이야기도 만들며 생각의 틀을 넓혀나가자.

자녀 사랑에 조급함은 필요 없다

우 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만큼 독특한 사교육 문화를 지녔다. 이처럼 지나친 사교육 풍토가 조성되는 데에는 아파트 문화가 일조한 바도 크다. 옆집 아이가 뭔가 시작하면 대부분의 엄마는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한다. 서로가 서로를 쫓아하며 휩쓸리는 것인데, 한 번 휩쓸리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이렇게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엄마들을 보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교육이란 크게 한 숨 마시고 달려야 하는 마라톤이다. 잘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금세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단계'의 공식을 고민 없이 그대로 믿고 따라선 안 된다.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만의 단계가 있다. 아이를 교육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아이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조급증을 조금만 덜어보자.

아이에게 모범이 되려고 애쓰지 마라

아 이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자 하는 엄마들이 있다. 부모로서 좋은 본보기만 보여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사랑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도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 있다.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점은 아이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래야 아이의 실수에도 너그러워질 수 있는 심리적 여유가 생긴다.

태권도 학원 보내는 대신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 사랑이다

필 라델피아에서는 3시만 되면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아이들이 집에 돌아간다. 그 후 아이들이 향하는 곳은 학원이 아닌 운동장이다. 필드하키, 야구, 풋볼 등 지역 내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데 남자, 여자 구분이 없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로 다져진 체력은 대학교 때부터 진가를 발휘한다. 며칠 밤을 지새우고도 끄떡없이 수업시간에 열띤 토론을 벌이고, 오랜 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은 모두 어릴 때부터 스포츠로 체력을 다져왔기 때문이다.

Profile. 오경숙 원장
30 년간 유아교육 현장에서 일해오고 있다. 11년 전 시대의 변화와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세계 이해 교육'을 유아교육에 도입했다. 명문 유치원으로 이름난 수지 자연유치원, 죽전 자연유치원, 보정 자연유치원의 원장인 그녀는 아이와 신나게 노는 것이 진짜 사랑법이라 말한다. 저서로 < 아이의 마음에 세계지도를 걸어라 > (제이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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