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이리학교(Erie School) 농구시간, 한 학생의 아버지가 화가 난 표정으로 학교 감독 제이 베담스를 찾아왔다.
“아이가 항상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하면 이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
학부모의 단호한 어조에 베담스는 당황했다. 2009년 수많은 어린이가 총기 난사를 받아 사망한 직후에 생긴 일이다. 당시 학생이 학교에 휴대전화를 들고 올 수 있으나 휴대는 하지 못하고 학교에 오는 즉시 사물함에 넣고 집으로 돌아갈 때만 다시 꺼낼 수가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 사고가 발생 시 학생은 즉각 경찰이나 집에 연락이 불가능해 사실상 학교 휴대 전화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학부모의 항의에 힘입어 학교는 이제 휴대폰 사물함 보관 규정을 없애고 항상 휴대폰을 휴대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휴대전화는 필수품이 돼 가고 있다. 갈수록 사용 연령이 낮아져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들도 상당수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
어린이 휴대전화 관련 웹 사이트 스마트폰 페어런팅(smartphoneparenting.com)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15%에 이르는 아동들이 7세부터 9세 사이에 휴대폰을 소지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이제 단순한 통화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을 휴대전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무 생각 없이 덜렁 전화를 사주고는 멋대로 사용하도록 내버려 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휴대전화는 방심해서는 안 되는 도구가 돼 버렸다.
다시 말하면 부모들이 컴퓨터에 아이들이 노출될 때 갖는 걱정을 이제 휴대 전화에 대해서도 해야 되는 때가 됐다.
자녀와 휴대전화에 대해서 대화하는 것을 조언해 주는 스마프폰 페어런팅 웹사이트 홈페이지. ⓒ스마트폰 페어런팅 |
휴대전화가 가져올 수 있는 피해는 생각보다 크고 다양하다. 부적절한 사이트들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정신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에 접속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잘못하면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녀의 휴대폰 사용 개념이 부모와 전혀 달라 대화의 공통분모를 찾기조차 어렵다는 데 문제점은 더 심각해진다.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미국의 학부모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37%만이 자녀와 휴대전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부모도 20%에 이르러 휴대 전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들과 휴대전화에 대해서 대화할 때 적절치 못한 문자 메시지와 사진에 대해 대화를 한다는 부모가 21%로 집계됐고 13%의 부모는 자동차 운전 중 메시지를 나누는 것의 피해 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라이즌 통신회사의 대변인 로라 메릿은 “휴대 전화에 대한 자녀와의 대화는 매우 중요하므로 적극 권장하는 바”라고 말했다.
이리 학교는 올해 좀 더 구체적으로 휴대전화 규정을 수정했다. 이제는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낮 시간에도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부 풀러는 어린 학생인 개비에게 휴대폰은 사주고 처음에는 문자 메시지를 매일 조사했다. 그러나 어린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하루에 100개가 넘는 문자 메시지를 매일 검사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지금은 어쩌다 한번 검사를 할 뿐 거의 검사를 하지 않게 됐다.
귀찮아서 검사는 하지 않지만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바람직하지 못한 문자 메시지를 사용할까봐 오히려 더 걱정스럽다.
이제 휴대전화가 발달하면서 각종 기능이 추가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위험이 노출되는 데도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 부모들을 위해 버라이즌에서는 스마트폰페어런팅(smart phoneparenting.c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부모로 하여금 효과적으로 자녀와 휴대전화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자녀와의 대화를 늘여야 된다는 점이다. 대화를 통해서 허용해야 되는 것과 방지해야 되는 것들의 합의점을 찾아 바람직한 자녀의 휴대전화 문화를 정착해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