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 : 양수의 냄새를 기억하는 태아

조회 3869 | 2012-01-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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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는 자궁 속에서 느꼈던 냄새도 물론 기억한다>
 
 에스토니아의 탈루(Tarlu) 대학병원 소아과의 바렌디(Varendi) 교수가 발표한 것을 보자. 바렌디 교수는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각 신생아의 분만 시에 임신부의 자궁으로부터 약간의 양수를 채취하였다. 그 후 신생아가 엄마의 젖을 찾을 때에, 미리 채취한 양수를 엄마의 양쪽 젖꼭지 중 어느 한쪽에 묻힌 후 신생아가 스스로 어느 쪽 젖꼭지를 선택하는 지를 관찰하였다. 신생아 자신의 몸에 양수의 흔적이 있을 경우에 연구결과가 다르게 나올 것을 예측하여, 연구대상의 신생아중 반은 깨끗이 몸을 닦아주었고, 나머지 반은 몸을 닦지 않은 채 관찰하였다. 그 결과, 태어난 후에 몸을 깨끗이 씻겨준 신생아는 30명중에 23명, 몸을 씻기지 않은 신생아는 30명의 신생아 중에서 27명이 양수를 묻힌 젖꼭지를 스스로 선택하였다. 양수의 냄새를 몸에 묻히고 있었던 아기들이 약간 더(4명), 양수를 묻힌 젖꼭지를 찾았다. 결국 몸을 씻겨준 것과는 상관없이 적어도, 30명중 23명 이상의 신생아(77%)가 자궁 속의 양수냄새를 기억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바렌디 교수는 이것을 태아시절에 자궁 안에서의 ‘후각 학습효과’로 설명하고 있다.
갓 태어난 송아지, 강아지, 심지어 쥐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실험을 해보면 자신을 낳아준 어미의 양수는 물론, 태아(새끼)적에 실험적으로 노출되었던 냄새 또는 맛을 거의 100% 찾아간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쥐에 대한 실험결과는 미국 텍사스 암스트롱 연구소의 미클리(Mickley) 박사팀이 연구한 결과로서 ‘뇌 연구’라는 학술잡지에 1995년도에 발표되었다.
따라서 같은 포유류인 인간의 신생아가 어머니 특유의 체취(體臭)를 기억하고 태어난다는 것은 하나도 신기한 현상이 아니다. 1986년도 1월 26일자의 조선일보 이규태 칼럼을 보면, 갓 태어난 아기 머리맡에 엄마의 브레이져를 두었더니 그 유방냄새를 기억하여 반드시 놓아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에 관련된 학술논문은 찾을 수 없었지만, 태아가 어머니의 맥박소리처럼, 적어도 자기가 10개월 동안이나 생활했던 양수의 냄새를 기억하고 태어나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 인간에서는 이러한 태아의 놀랄만한 후각이 태어난 후 1주일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고 극히 일부 능력만 남는다는 것이다. 포유류 중에서도 개, 고양이, 염소 같은 동물들의 후각은 태어난 후에도 그 후각이 그대로 남아서, 인간의 300-500배에 이른다고 한다. 동물들에게는 이러한 탁월한 후각이 자신들의 생존에 절대적인 반면, 사람에서 후각이 이렇게 점차 사라지는 것은, 아마도 그 대신 지능 같은 두뇌의 능력을 극대화 해주기 위한 신의 배려가 아닐지. 그다지 섭섭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출처 : 아가사랑(한양대학교 산부인과 교수 박문일) http://www.agasar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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